“5·18 폄하 당원 제명” 부산 통합당도 ‘광주 껴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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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가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광주 5·18 국립 묘지 ‘무릎 사과’ 등 서진(西進) 전략이 당 안팎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중앙당의 변화에 발맞춰 통합당 부산시당도 20일 5·18을 폄하하는 당원을 즉각 제명키로 하는 등 ‘중도’로 보폭을 넓히는 모습이다.

통합당 부산시당위원장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통합당 부산시당은 김 위원장의 진심 어린 결의를 지지하면서 후속 첫 조치를 발표한다”면서 “5·18을 비하하고 모욕하는 (부산시당)당원은 무조건 제명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게재했다.

중앙당 ‘서진 전략’에 보폭 맞춰
하태경 “호남 차별 발언에 불관용”
일부선 ‘시당위원장 독단’ 불만도

통합당 ‘호남 제2 지역구 갖기’ 등
전국 정당화 위한 후속 조치 속도

하 위원장은 이어 “부산시당은 우리 당원들이 또다시 5·18 정신을 훼손하는 것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5·18이 폭동이라느니 또는 북한군이 개입했다느니 하는 5·18 폄하 망언을 하거나 호남 차별 발언을 하는 당원들에겐 절대 불관용 원칙을 적용하겠다”고 강조했다.

통합당 부산시당의 이 같은 조치는 중앙당의 ‘호남 끌어안기’에 보조를 맞추는 형식이지만, 부산 통합당 특유의 강한 보수색을 감안하면 이례적인 조치로 받아들여진다. 2000년대 초·중반 까지만 해도 통합당 전신 정당 소속 부산 의원들은 이 같은 정서를 감안, 선거 유세 등에서 지역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을 공공연하게 했고, 중앙당 인사들조차 지역에 오면 선거 전략 차원에서 이를 은연중 부추겼다. 실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였던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해 8월 부산 집회에서 “문재인 정권은 광주일고 정권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차별하면서 더 힘들게 하는 정권에 대해 부산, 울산, 경남지역 주민들이 뭉쳐서 반드시 심판하자”는 발언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번 성명은 ‘개혁 보수’를 지향하는 하 의원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통합당 다수 의원들도 “맞는 방향 아니냐”며 이번 성명에 호응했으나, 일부에서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당원들도 있을 텐데, 하 의원이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불만도 내비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이 지난 19일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보수 정당의 잘못에 대한 사죄의 의미로 당 지도부와 함께 약 15초가량 무릎을 꿇으며 거듭 사죄를 한 데 대해 당 안팎에서 칭찬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선거에 출마한 김부겸 후보는 이날 한 라디오프로그램에서 “역사의 진전”이라며 “과거 정치인이 못했던 부분을 김 위원장이 한 건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고, 그동안 김 위원장에 강하게 대립각을 세워 온 통합당 장제원 의원도 “5·18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다짐한 것은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며 “너무도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 왜 이토록 힘들었던 것인지, 반드시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왜 이토록 오래 걸려야 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호평했다.

통합당은 이번 기회를 통해 전국 정당화를 위한 고삐를 바짝 죈다는 방침이다. 통합당 정운천 국민통합특위 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지역주의를 극복하고 국민통합을 이루겠다”며 당 소속 현역 의원들의 ‘호남 제2지역구 갖기’ 운동, 호남 지역인사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호남 제2지역구 갖기 운동은 당 소속 현역 의원들을 호남 41개 지자체 명예의원으로 위촉하고 자매결연을 맺어 지역별 중점추진 예산과 법안, 현안 사업 해결을 위한 소통창구 역할을 맡기는 내용이다. 호남 비례대표 우선 추천제는 비례대표 당선권인 후보 명단 20위 안에 호남 지역 인사를 25% 공천하도록 당헌당규에 명문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정 위원장은 “25%면 5명 정도 되는데 한 10년 동안 그렇게 하면 10∼15명 현역 의원이 호남몫이 되며 정서 통합, 지역주의 극복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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