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침수 확인된 신고리 3·4호기, 이러고도 ‘명품 원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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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독자 개발한 ‘명품 원전’으로 알려진 울산 울주군 ‘신고리 원전 3·4호기’가 지난달 말 집중호우에 송전 설비가 침수됐다고 한다. 정부가 설비 안전을 위해 5년간 1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부었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하니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더구나 원자력안전위원회와 한국수력원자력 등 원전 당국은 이 사실을 지역민에게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아 은폐 의혹까지 받고 있다. 이러니 어떻게 국민이 원전 당국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원전은 예기치 않은 일도 대재앙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우리는 2011년 후쿠시마 사고에서 똑똑히 보았다. 원전 당국의 고질적인 밀실·비밀주의가 언제나 고쳐질는지 분통이 터진다.


지난달 호우에 송전 설비 침수·건물 누수

첨단 명성 무색, 원전 신뢰 훼손 우려돼


신고리 3·4호기는 한국형 ‘3세대 가압경수로’로 착공 12년 만인 지난해 12월 종합 준공됐다. 총사업비만 7조 5000억 원이 투입된 초대형 사업이다. 2009년엔 아랍에미리트에 처음 수출된 원전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달 말 215mm 비에 송전 설비가 침수됐고, 여기다 발전소 일부 건물까지 빗물이 샜다는 의혹도 나왔다. 이보다 더 심한 자연재해에도 끄떡없어야 할 시설이 고작 200여mm 비에 잠기다니 상상이 안 된다. 원안위 관계자가 “원전 가동 중단은 물론 송전에도 지장이 없었다”라는 말로 변명한다고 해서 넘어갈 일이 아니다. 정부가 자랑하는 ‘한국형 명품 원전’의 민낯이 드러나 외국까지 망신살이 뻗칠까 두렵다.

이번에도 원전 당국은 거의 그렇듯이 이를 은폐하기에 급급했다. 신고리 4호기에 앞서 2016년 준공된 3호기에는 그동안 수차례 크고 작은 사고가 있었다. 지난달 말 송전 설비 침수 외에 발전소 일부 건물의 누수에 대해서도 한수원은 “고온다습한 공기가 유입돼 응축한 물”이라며 이를 부인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난센스”라고 반박했다. 오히려 원전 당국의 어설픈 해명에 부실시공 의혹마저 불거졌다. 정부는 최근 5년간 전국 21개 원전의 장·단기 안전 개선 대책을 위해 무려 1조 원의 막대한 예산을 투입했다고 한다. 그러고도 고작 200여mm의 비도 견뎌내지 못했으니, 도대체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썼는지 궁금할 뿐이다.

최첨단 기술의 집합체로 찬양받는 신고리 3·4호기가 이번 침수로 안전성 논란이 더 커진 점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3·4호기 모델이 세계 시장에서 최고의 평가를 받아 국내 원전의 홍보 도우미가 되어야 할 판에 침수 사고가 발목을 잡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3·4호기는 2013년 4월 케이블 시험성적서 위조, 과잉 출력 등 크고 작은 사고로 적잖은 홍역을 치렀다. 국산 명품 원전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원전 신뢰성에 생채기가 난 셈이다. 따라서 원전 당국의 각성과 환골탈태가 필요하다. 신고리 3·4호기에 대해서는 설계부터 다시 꼼꼼하게 점검해야 함은 물론이고, 여전히 지탄받는 조직 문화도 하루빨리 청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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