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소송’ 판결 앞둔 부산 택시업계 ‘초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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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역 앞 택시 승강장에 많은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부산일보 DB

부산 택시업계가 최저임금 지급 관련 1심 판결을 앞두고 초비상이 걸렸다.

27일 부산지법에서 열리는 선고에서 재판부가 택시회사에 ‘최저임금 미지급분을 근로자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할 경우, 택시회사 한 곳당 수십억 원의 추가 임금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택시업계는 “최저임금을 회피하기 위해 소정근로시간(택시회사가 취업규칙으로 정하는 근로시간)을 단축한 것이 아니라 사납금 인상을 막기 위해 노사가 합의한 것”이라며 법원의 신중한 판단을 호소하고 나섰다.

근로자들 제기한 ‘청구 소송’ 내일 판결
회사 측 패소 땐 87개사 평균 20억 부담
“줄도산, 1만 1000여 종사자 실직” 읍소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은 25일 호소문을 내고 “부산지법이 택시업계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택시 회사마다 평균 20억 원의 추가 임금을 부담해야 한다. 이 경우 법인 택시 회사 전체가 줄도산해 대량 실업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재판부에 호소했다.

앞서 약 2000명의 택시 근로자는 부산 택시회사 87개사를 상대로 최저임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택시회사가 최저임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소정근로시간을 단축한 임금협정은 무효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최저임금법 개정 이전 임금협정서상의 월 200시간 기준으로 최저임금 미지급분을 지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택시기사와 회사 간 소송으로 번진 최저임금 논란은 택시기사의 독특한 임금 구조 때문에 벌어졌다. 택시기사 임금은 매월 기본적으로 받는 ‘고정급’과 사납금을 내고 남은 수익금인 ‘초과운송수입금’으로 구성된다. 2009년 7월에 시행된 최저임금법 6조 5항이 특례조항에 따르면 택시기사는 초과운송수입금이 아닌 고정급만 최저임금법의 적용을 받는다.

이에 택시회사들은 서류상 소정근로시간을 줄여 택시기사에게 지급해야 할 최저임금을 줄이는 방법을 사용해 왔다. 하지만 지난해 4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실제 근로시간이 그대로 유지됐는데도 최저임금보다 적은 고정급을 지급하기 위해 택시회사가 택시기사의 소정근로시간을 줄인 행위는 탈법”이라고 판단했다. 이런 대법원 판결에 따라 택시 근로자들이 회사에 ‘최저임금 미지급분 지급’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부산 법인 택시 업계는 사정이 다르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택시업계 측은 “부산지역의 ‘소정근로시간 단축 합의’는 근로자 80% 이상이 소속된 전국택시노동조합과의 임금협정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 시기가 아닌 택시 요금인상 등 사유가 발생할 때만 이뤄졌다”면서 “최저임금을 회피하기 위해 3개월 만에 2차례에 걸쳐 소정근로시간을 4시간 단축한 경기도 택시회사 사례와는 엄연히 다르다”고 해명했다.

부산택시운송사업조합 장성호 이사장은 “택시업계가 판결에서 패소할 경우 부산에서만 1만 1000여 명에 달하는 택시운송 종사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시민의 발’로 쉼 없이 달려온 법인 택시가 멈추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부디 부산 택시업계의 간절한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달라”고 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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