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가덕 신공항 염원을 담은 부산-독도 요트 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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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호환 부산대 교수/전 부산대 총장 동남권발전협의회 상임위원장

광복 75주년을 기념해서 바다를 사랑하는 해양인들이 요트로 울릉도를 거쳐 독도를 다녀왔다. 8월 13일 수영 출발, 8월 16일 귀항하는 3박 4일간의 여정. 조선공학과 2학년인 78년부터 요트를 자작하여 세일링을 시작했다. 79년 해운대 송정에서 개최된 전국대학요트대회에 참가하여 입상한 경력도 있다. 이후 요트로 독도를 가고 싶었다.

울릉도를 거쳐 독도를 돌아오는 직선거리만 총 709㎞에 이른다. 바람과 조류에 따라 항해 거리는 늘어날 수 있다. 만만치는 않지만 요트맨이라면 도전하고 싶은 코스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모두가 답답해하고 있는 상황에서 희망과 용기를 불어넣는 도전이었다.

70년대 요트를 같이한 경력 40년 고수들로 항해 팀을 꾸렸다. 해가 가장 먼저 뜨는 한반도의 땅 독도에서 광복 75주년이 되는 8월 15일 아침을 맞이하며 ‘7개 바람’을 담았다. ①광복 75주년, 선진 코리아 도약 ② 나가자 해양수도 부산, 안용복 장군 뱃길 답사 ③코로나 재난 극복, 경제 강국 실현 ④해가 가장 먼저 뜨는 조국의 섬, 빈틈없는 국토 수호 ⑤지역혁신, 부·울·경 공동체 구축 ⑥지방분권, 국토균형발전 달성 ⑦가덕도 신공항 쟁취.

출발하기 전날까지 태풍 ‘장미’의 영향으로 강한 비바람이 몰아쳤다. 하늘이 도왔나. 출발 당일 아침은 맑았다. 간소한 출정식 후 대항해 돛을 올렸다. 기장 앞바다를 지나니 찬바람이 만든 안개로 시야가 흐렸다. 레이더의 도움으로 선박은 피했지만, 바다에 설치된 어구는 항해를 어렵게 했다. 다행히 목적지 방향으로 불어주는 남서풍은 순풍에 돛단배가 되어 빠르게 먼 바다로 나갔다.

부산을 등진 낯선 바다는 쿨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꾸물거리는 육지의 뜨거운 공기는 없었다. 음력 말일이 가까워 달도 없는 캄캄한 밤하늘은 청정한 별들과 은하수로 수를 놓았다. 새벽 동쪽 하늘에 나타난 그믐달은 하얀색이 아니라 새빨간 색이었다. 하늘을 가로지르는 별똥별을 모처럼 만났다. “저 떨어지는 별을 타고 우리 인간이 지구로 왔다”는 어릴 적 동네 입담 센 형이 떠올랐다. ‘인간은 어디서 왔고, 누구이며, 어디로 가는 존재인가’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선체와 부딪치는 파도 소리만이 내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했다. 모두가 암흑이었다. 암흑에서 와서 암흑으로 사라지는 지구의 수많은 생명체 중의 하나에 불과한 미물. 들리는 것과 보이는 것만 느끼는 생명체가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는 긴 침묵의 시간이었다.

21시간의 항해 끝에 울릉도 사동항에 도착했다. 울릉군수가 꽃다발로 마중을 나왔다. 숙원 사업인 울릉공항이 착공되어 2025년 준공된다고 했다. 부·울·경의 숙원 사업인 가덕도 신공항도 이루어질 것이라고 했다. 우리의 염원이 울릉도까지 닿아 있었다.

독도로 가는 뱃길은 거칠었다. 밤새도록 칠흑 같은 어둠 속을 달렸다. 아침 햇살로 피어난 안개는 독도를 감싸고 있었다. 휘몰아친 한 줄기 바람이 안개를 갑자기 걷어내니 독도가 눈앞에 있었다. 75년 전 광복의 날 아침에도 떠 오른 태양은 동도와 서도 사이에 이미 떠올랐다. 거친 파도 속에 우뚝 솟아오른 민족의 섬 독도를 이렇게 안았다. 섬을 돌면서 지금까지 보지 못한 독도의 구석구석 모습을 눈에 담았다. 준비해 간 ‘성취하자 가덕 신공항’ 휘장을 펼치며 구호도 외쳤다.

돌아오는 길은 맞바람이라 항로가 길어졌다. 다행히 파도가 잠잠해 뱃길은 편했다. 300여 년 전 1693년(숙종 19년) 부산 사나이 안용복 장군이 독도를 지키기 위해 왕복한 뱃길이 아닌가. 동해에 떠 있는 독도는 해양수도 부산의 섬이다. 해양수도는 구호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바라만 보는 바다가 아니라 체험하는 바다가 될 때 해양수도는 구체적 모습으로 다가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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