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따뜻한 시선, 사랑과 배려를 전하는 동시들
입력 : 2020-08-27 19:20:21 수정 : 2020-08-30 13:59:14
차영미 동시인. 도서출판 브로콜리숲 제공 부산 출신 중견 동시인 2명이 나란히 동시집을 펴냈다. 섬세한 시선과 유연한 상상력이 빛나는 시집들로 이들의 묵직한 내공이 느껴진다.
차영미 동시인 ‘으라차차 손수레’
익숙한 자연 속 낯선 지점 포착
생명 존중과 상생의 세계 펼쳐
차영미 시인은 세 번째 동시집 <으라차차 손수레>(도서출판 브로콜리숲)에서 생명 존중과 따뜻한 상생의 세계를 펼쳐 낸다. 시집에는 작품 56편이 실렸다. 시인은 익숙한 자연 속에 숨어 있는 새롭고 낯선 지점을 포착한다.
‘머리 위에/아슬아슬/돌을 이고 선 돌탑//그 위에/돌 하나/얹으려다 그만두었다.//그 돌로/비뚜름한 제비꽃/받쳐 주었다.’(‘길을 가다가’ 전문)
시인은 산길을 오르다 ‘아슬아슬 돌을 이고 선 돌탑’을 본 모양이다. 돌을 얹는 대신 그 돌로 비뚜름해져 힘들어 보이는 제비꽃을 받쳐 주는 장면을 떠올릴 수 있다. 공생 속에서 모든 생명체가 행복해진다는 느낌을 준다.
타자에 대한 배려는 ‘소나기’에서도 나타난다. ‘새들이 재빨리/숲속으로 날아들고//엄마가 장독 뚜껑을 덮고/내가 빨래를 걷고//아버지가 새끼 밴 백구를/광으로 옮길 때까지//번쩍!/우르르 쾅 쾅-//그러고도 하늘이/잠깐 더 기다려주다가//쏴아아아아아-/비를 내린다.’(‘소나기’ 전문)
시인은 간결하고 절제된 시어를 통해 선명한 이미지를 전달한다. ‘동네/골목길이//마악/연보랏빛 양말을 꺼내 신었다.//제비꽃 무늬//다문다문//수놓인’.(‘봄이 오는 골목’ 전문)
시인은 “주변 사람들과 자연, 작은 씨앗이 꽃이 될 때까지의 여정 같은 내재된 시간에서 시적 모티브를 얻었다”고 했다. 차 시인은 2001년 <아동문학평론> 신인상을 받아 등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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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선자 동시인. 도서출판 해성 제공 |
오선자 동시인 ‘신발의 수다’
일상 속의 작은 에피소드 엮어
자연 섭리 통해 삶의 교훈 전달
오선자 시인은 일곱 번째 동시집 <신발의 수다>(도서출판 해성)를 냈다. 여행 떠나기, 전통 시장에 가기 등 일상 속의 작은 에피소드를 엮은 동시 55편을 담았다.
표제작 ‘신발의 수다’는 시인이 여행지 숙소에 놓인 신발을 보고 상상력을 발휘해 만든 동시다. ‘하루 종일/걷고 뛰었다//역사 공부하고/사람 구경하고//이상한 음식도 보고/모르는 사람도 보고//신기했어요/즐거웠어요/힘들었어요’.(‘신발의 수다’ 중)
시인은 섬세한 시선으로 포착한 자연의 섭리를 통해 삶의 교훈을 전한다. ‘몸/작고/여려도//벼보다/강하다//나무보다/강하다//8월의 뜨거운/태양 앞에서도/당당하다.’(‘채송화’ 전문)
시인은 “채송화를 보면서 작고 여린 것이 무조건 약한 것은 아니다라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고 했다.
시인은 풀꽃을 통해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의 의미를 길어 올린다. ‘“고마워!”/“사랑해!”//풀꽃에게 인사했더니//“고마워요!”/“사랑해요!”//더 정답게/인사하는 풀꽃’.(‘인사했더니’ 전문)
사과나무를 통해서는 나눔의 미학을 전한다. ‘탐스럽게 익은 사과//벌들에게/새들에게/농부에게/나누어 주더니//지나가는/바람에게도/한 아름 주었다.’(‘사과나무’ 전문)
오 시인은 1994년 월간 <아동문예>와 계간 <한글문학> 신인상에 당선돼 등단했다. 동주대 유아교육과에서 학생들을 지도했으며 현재 청소년 진로 지도 상담 교사를 하고 있다.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