앳된 외모와는 딴판 구수한 목소리에 애절함 묻어나는 젊은 트로트 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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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 신인’ 가수 조명섭

TV 프로그램 ‘트로트가 좋아’에 출연한 조명섭. KBS 제공
어느 날 우연히 들은 가수 현인의 ‘신라의 달밤’은 열두 살 소년의 어둡던 일상에 따뜻한 빛이 됐다. 그렇게 8년 후, 소년은 한 지상파 경연 프로그램 무대에서 주인공으로 우뚝 선다. 구수한 목소리가 일품인 ‘젊은 트로트 신사’ 조명섭(21)의 이야기다.

조명섭은 지난해 말 KBS ‘노래가 좋아-특별 기획 트로트가 좋아’에서 최종 우승해 시청자에게 얼굴을 알렸다. 당시 그가 선택한 노래는 가수 남인수 원곡의 ‘이별의 부산 정거장’. 조명섭은 곡에 담긴 애절한 한을 경쾌하지만 깊은 소리로 풀어내 시청자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사실 조명섭은 2013년 브라운관에 처음 얼굴을 비쳤다. 당시 중학생이던 그는 KBS ‘안녕하세요’에 ‘현인 박사’로 등장했는데, 현인과 관련한 것이라면 줄줄 꿰어 시청자를 깜짝 놀라게 했다. 현인을 향한 오랜 애정 덕분일까. 주목을 받는 트로트 샛별이 된 조명섭에게 ‘현인의 환생’이란 별명이 붙었다. 그의 노래를 듣고 있으면 마치 ‘인간 축음기’를 틀어 놓은 듯 옛 현인 노래의 울림이 그대로 전해져서다. 조명섭은 “과분한 칭찬”이라며 “현인 선생님의 노래에 내가 위로를 받았듯이 나 역시 나만의 창법으로 세상을 위로할 수 있는 노래를 하고 싶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천천히 노력하면서 발전하는 편”이라면서 “천재가 아니라서 스스로 갈고닦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현인의 환생’ 방불케 하는 울림
스물한 살답지 않은 깊은 소리
한의 정서 꾹꾹 담아 진심 전해
한국 정서 맞는 재즈에도 도전

조명섭은 노래 한 소절 한 소절에 마음을 꾹꾹 담아 듣는 이의 심연을 울린다. 음색 곳곳에 묻은 특유의 옛 감성은 그 시절 추억을 떠오르게 한다. 묵직한 중저음의 바리톤 발성도 노래의 깊은 맛을 살리는 데 한몫하지만, 비결은 하나 더 있다. 바로 ‘한’의 정서. 조명섭은 “마음속 한을 담아 진실한 노래를 부르고자 한다”며 “폭넓은 세대의 대중이 트로트 음악을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음악에서 느껴지는 한 때문이 아닐까 싶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조명섭은 최근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서 구수한 트로트 가락뿐 아니라 팝, 재즈, 블루스 등 장르를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끼를 선보이고 있다. 그는 “평소에 재즈를 즐겨 듣는다”며 “한국 정서에 맞는 클래식한 재즈도 불러 보고 싶다”고 귀띔했다. 빙 크로즈비, 페리 코모, 프랭크 시내트라의 노래를 좋아하고, 트럼펫 연주자인 쳇 베이커와 가수 지진석, 옹성우, 폴킴의 노래도 많이 듣는단다. “빙 크로즈비의 ‘웨어 더 블루 오브 더 나이트’와 옹성우의 ‘우리가 만난 이야기’를 즐겨 불러요. 그들의 음악을 통해 그들과 친해지기도 하죠.”

조명섭을 향한 ‘대박 신인’이라는 별명은 노래 실력뿐 아니라 차분한 말투와 성숙한 생각 덕분이기도 하다. 조명섭은 그간의 힘든 시간을 이겨 온 내면의 힘이 자신의 음악에 자연스럽게 묻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내 모습으로 시청자들이 많은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면서 “방송과 예능에 나서기에도 많이 부족한데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게 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작은 바람도 곁들인다. “저는 세상을 위로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음악을 하고 싶어요. 제 노래를 듣는 모든 분이 위안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늘 낮은 자세로 성실하게 노력하겠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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