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출 삼가고 지갑 닫고… 통계로도 확인되는 ‘소비 빙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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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차 대유행 비상

강화된 사회적 거리 두기 2단계가 시행되고 있는 30일 오후 부산 중구 국제시장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김경현 기자 view@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소비 감소의 충격이 점차 커지고 있다. 민간소비를 그대로 보여 주는 신용카드 사용액의 증가세가 크게 둔화했고 놀이공원과 영화관을 찾는 이용자는 급감했다. 대중교통 이용도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강력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시행하는 수도권뿐만 아니라 사실상 비슷한 수준의 거리 두기를 하는 부산 등 지역도 똑같이 영향을 미치고 있어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극심한 매출부진에 시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아울러 생산과 고용 등 모든 경제 지표가 올해 초 첫 확산 때와 마찬가지로 주저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8월 셋째 주 확진자 급증 뒤 지표 악화
대중교통 이용 일주일 새 19.2% 감소
10.4%→0.8% 신용카드 증가세 주춤
영화 관객은 지난해 1/5 수준에 그쳐
내성 생겨 3월보다 소비 충격 덜할 수도

30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8월 셋째 주(17~23일) 카드 국내승인액은 한 해 전보다 0.8% 증가하는 데 그쳤다. 카드 사용액은 8월 첫째 주만 해도 2.8% 늘어났고 둘째 주에는 10.4%까지 올랐다. 그러다 8월 셋째 주부터 확진자가 매일 200~300명 넘게 쏟아져 나오면서 카드 사용액은 주춤해졌다. 아직 넷째 주 집계는 안나왔지만 마이너스로 반전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신용데이터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이달 셋째 주 소상공인만 대상으로 한 카드 매출은 1년 전에 비해 24.7%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처음 퍼지던 2월 24일~3월 1일에 25.3% 줄어든 이후 최대 감소다. 놀이공원 입장객과 영화 관객도 급감했다. 롯데월드 관계자는 “최근 입장객이 지난해 이맘때의 10%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주 주말(22~23일) 국내 영화 관객 수는 전년 같은 주 주말(187만 2905명)의 19.8%인 37만 468명에 그쳤다. 세계적인 대작으로 불리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테넷’도 개봉했지만 코로나19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부산의 경우 8월 24일부터 29일까지 전체 영화관객수가 5만 789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6만 1156명)의 22.2%에 불과했다.

대중교통 이용도 뚝 떨어졌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주 주말(22~23일) 버스·지하철·택시를 합친 대중교통 이용 건수는 직전 주말보다 19.2% 감소했다. 소비는커녕 외출조차 하지 않으려는 모양새다.

문제는 ‘소비충격’뿐만이 아니다. 정부와 공공기관 3분의 1 이상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민간기업도 꽤 많은 곳에서 재택근무를 하는 점을 감안하면 대면 근무 때보다 기업들의 생산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이는 일자리 위기와 직결된다. 특히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임시·일용직이 크게 줄어들고 신규 일자리, 상용직도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이 소비에 미치는 여파는 아직 3월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처음 코로나19가 확산했을 땐 심리적 공황이 너무 컸기에 소비가 크게 위축됐는데, 이번에는 내성이 조금 생겼고 비대면 소비 비중이 높아져 지표 하락 폭이 그 당시보단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사회적 거리 두기 3단계가 시행되면 소비와 생산, 투자 등 경제 전반에 거대한 충격이 닥치고 성장률 추락도 우려된다. 김정식 연세대 교수는 “3단계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작되고 그 기간도 길어지면 자영업자와 기업 도산으로 대출이 부실화해 금융기관에도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금은 금리나 환율정책을 쓸 수 없고 재정정책밖에는 대응할 수단이 없어 경제 충격이 클 경우 더욱 위험하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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