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고3 체육특기생의 험난한 대학 진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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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성 스포츠팀장

올해 고3 수험생들은 코로나19 여파로 어느 해보다 입시에서 불리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개학도 수개월 늦춰진 데다 최근 코로나19의 재확산 등으로 등교도 못하는 학교가 수두룩하다. 무엇보다 어수선하다. 수능일은 미뤄졌고, 대학 전형 시행 계획도 상당 부분 바뀌었다. 학교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이 혼란스럽다.

고3 수험생 중 체육특기생들이 느끼는 혼란은 더욱 심각하다. 체육특기생들은 경기 실적으로 대학입시를 치른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각종 대회와 경기가 취소되면서 어떻게 대학에 진학해야 할지 암담한 상황이다. 특히 대학 입시의 큰 비중을 차지하던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이 취소되면서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여파로 각종 대회 취소 및 축소
입시 전형 지표 사라져 불공정 평가 우려
체육특기생 전형 고3만 적용, 재수 어려워
입시 전형 기간과 범위 넓혀 기회 늘려야

문제는 종목별 체육특기생들의 대학 진학 전형이 코로나19 여파로 천차만별이라는 점이다. 아직 대회를 치르지 못한 종목 선수들의 경우는 올해 경기 실적이 없어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 올해 각종 대회가 열리지 않다 보니 대학에 진학할 지표가 없어진 셈이다. 요트와 수영, 유도 등이 그런 종목이다.

상당수 대학에서는 전년도인 2019년도 경기 실적을 반영할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지만, 이 또한 문제가 없는 게 아니다.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요트 종목을 예로 들어보자. 요트에는 레이저급, 420급, 윈드서핑 9.5(남자), 윈드서핑 8.5(여자) 등의 세부종목이 있다. 요트에서는 주 종목이다. 선수들은 자신의 주 종목을 정해 열심히 훈련하고 대회에 출전해 좋은 성적을 낸다. 이를 토대로 대학에 진학도 한다. 요트에는 이러한 주 종목에 참가하지 못한 선수들이나 다소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참가하는 테크노라는 세부종목도 있다.

여기에 평가의 허점이 있다. 현재 고3 학생들의 지난해 성적을 보면 대체로 우승보다는 준우승이나 3위 아니면 그 이하인 경우가 많다. 당시 1년 선배들이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했다. 고교 시절 1년 차이는 기량적인 면에서도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테크노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주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보다 기량이 떨어져도 우승을 하는 경우가 많다. 주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그 종목에 참가하지 않기 때문이다.

문제는 대학이 입학 전형에서 이 같은 사항을 고려하지 않는 데 있다. 대부분의 대학들은 세부종목보다는 대회에서의 결과만을 반영한다. 기량이 뛰어나고도 표면적인 대회 성적이 낮다는 이유로 대학 진학에 불이익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수영과 유도 등 다른 종목도 마찬가지다. 체육특기생들은 10월 열리는 전국체전을 중요시한다. 전국체전에서 메달권 성적을 올리면 이후 열리는 대회는 출전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전국체전 이후 열리는 각종 대회는 다소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참여해 각축을 벌인다. 지난해 경기 실적만을 반영한다면 이 또한 불공평한 입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대회를 치르고 있는 특기생들도 고민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대회 수가 대폭 줄면서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야구는 대학에서 선수들을 평가할 때 팀 성적보다 개인 성적을 더 중요시 한다. 대회 출전 횟수와 투구 이닝수, 방어율 또는 타석수와 타율 등을 종합해 평가한다.

연간 10회 정도 열리는 대회가 코로나19 여파로 2~3개 대회로 감소하면서 특기생 개인의 기량을 충분히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가 줄어든 것이다. 올해 전반기 전국 대회는 300여 개가 예정돼 있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대부분 하반기로 미뤄졌는데 최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이마저도 개최가 불투명한 상태다.

코로나19 여파로 어쩔 수 없다는 식의 입시 정책은 곤란하다. 어떻게 해서든 특기생들에게 추가적인 기회를 마련해 줘야 한다. 우선, 평가받을 기회를 늘려야 한다. 전형 기간을 조정해 최대한 대회를 많이 개최해야 한다.

대학들은 입시 전형의 폭을 넓혀야 한다. 전국 대회만 입시에 반영할 것이 아니라 올해 열리는 소규모 대회의 결과도 대학 자체의 판단에 따라 반영해야 한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에 따르면 경희대와 동국대, 중앙대 등 28개 대학이 지난달 30일 특기자 전형의 대회 실적 인정 범위를 변경했다고 한다. 이번 대학의 조치는 체육특기생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편이 돼야 한다.

수시모집으로 진행되는 체육특기자 전형은 고3 재학생만 지원할 수 있어 재수도 어렵다. 초등학교부터 10년가량 고생한 학생들이 올바른 평가를 받으며 대학에 진학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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