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의 시선] 2차 공공기관 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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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살릴 마지막 기회, 획기적 이전만이 답이다

수도권 비대화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한 근본 해결책으로써 정부의 공공기관 2차 이전은 1차와 달리 획기적이고 대폭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산 영도구 동삼혁신도시. 부산일보DB

통계청이 지난해 11월 1일 기준 수도권 인구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50%를 넘었다고 지난달 28일 공식 발표했다. 2019년 등록 센서스 방식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총 5178만 명 중 수도권은 2589만 명으로 사상 처음 절반을 돌파했다. 벌써 거의 1년 전 기준이므로 지금은 수도권 인구 비중이 더욱더 늘었을 것이다.

수도권 비대화와 지방 소멸이 파국적인 상황에 다다르면서 행정수도 이전과 2차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 논의가 급부상하고 있다. 후반기로 접어든 문재인 정권의 부동산 정책 실패로 인한 출구 전략이라고 해도 지방으로서는 솔깃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지방 소멸이라는 화급한 상황 앞에서는 아무래도 정책 실행의 효과를 광범위하고 빠르게 체감할 수 있는 공공기관 이전이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의 의미를 훨씬 확실하게 국민에게 보여 줄 것이라는 분석이다. 그래서 현재 논의 중인 규모보다 더욱더 획기적이고 대폭적인 이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1차 16년간 진행, 지난해 마무리
파급력 큰 기관 이전 안 해 한계
수도권 인구 비중 갈수록 늘어

2차엔 산업銀·수출입銀 등 필수
균형발전·지방분권 효과 높이려면
규모도 100곳보다 훨씬 많아야

행정수도 이전은 실행절차 복잡
국토 재편 측면, 촘촘한 분석 필요




■1차 153개 이전은 작년 마무리돼

노무현 정부가 시작한 1차 공공기관 이전은 처음 추진 방침이 발표된 2003년부터 시작해 16년 동안 진행된 끝에 지난해 마무리됐다. 총 153개 기관이 세종특별자치시와 부산 등 전국 10곳에 조성된 혁신도시로 옮겼다. 부산에도 영도구와 남구, 해운대구에 정부 소속 기관 2개, 공기업 2개, 준정부 기관 3개, 기타 공공기관 6개까지 모두 13개 기관이 새로 옮겨왔다.

국토연구원 등의 분석에 의하면 1차 이전으로 2011년엔 처음으로 수도권의 인구 유출이 유입보다 많은 순유출을 기록했다. 최근 국토연구원과 대통령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가 공동 기획해 발간한 ‘균형발전 모니터링 & 이슈 브리프’에서도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이동 추세를 감안할 때 혁신도시와 행복도시로의 인구 유입이 수도권 인구 유입을 억제한 것으로 분석됐다.

2012~2018년 행복도시 유입 인구 중 26.3%, 혁신도시 유입 인구 중 15.8%가 수도권으로부터 유입됐다. 다만 이런 경향은 수도권으로부터 약 3만 3000명이 유입된 2015년을 정점으로 이후 감소하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일부에서 혁신도시와 행복도시의 인구 분산 효과를 미미한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공공기관 이전이 국토 균형발전에 끼친 의미와 영향을 과소평가할 수는 없다. 그러나 1차 공공기관 이전의 한계도 분명히 드러난 만큼 2차 이전은 이를 보완해 지방 회생의 지속적인 토대가 될 수 있도록 대폭으로 진행돼야 한다는 여론이다.



■2차엔 국책은행 등 꼭 포함해야

1단계 이전은 균형발전 측면에서 물론 의미가 컸지만, 전체적으로 미완성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기관 이전의 파급 효과와 상징성이 더 크고 뚜렷한 기관들은 여전히 수도권을 고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엔 대형 국책은행은 물론 국립대학 등도 2차 이전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여론이다.

논의의 물꼬는 여당이 텄다.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2018년 9월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수도권 내 122개 기관을 적합한 지역으로 옮길 수 있도록 당정 간 협의를 하겠다”라며 본격적으로 운을 띄웠다. 이후 국가균형발전위원회 차원에서 이 사안을 챙겨오다 최근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가 부각되면서 근본 해결책 차원에서 급부상했다. 지난달 20일 균형발전위원회가 문 대통령에게 공공기관 2차 지방 이전 청사진을 보고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해 현재 정부 각 부처에서도 실무 작업 중인 것으로 보인다.

2차 이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균형발전과 인구 분산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이번에는 핵심적인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반드시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핵심 기관의 이전으로 중장기적인 지속 가능한 발전 생태계가 지방에 구축되는 토대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와 대학, 기업, 이전기관 간 상생의 생태계 조성을 위해 문화와 교육 등 인프라를 함께 만드는 방안도 제기된다.

현재까지 당정에서는 올해 말까지 수도권 내 346개 공공기관 중 100곳 안팎을 이전 대상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2005년 6월 이후 지난해까지 신설된 공공기관 133개 중 수도권에 입주한 74곳(55.6%)이 주요 대상으로 검토 중이라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정부 소유 공공기관과 출자 공공기관을 합치면 최대 500여 곳이 대상이라는 분석도 있다. 따라서 이번에는 핵심인 국책은행까지 반드시 포함해 200곳 이상을 이전 기관으로 꼽기도 한다. 여기다 사법기관 등까지 포함해 명실상부한 지방 분산 효과를 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쨌든 당정 안팎에서 제기되는 100곳 안팎보다 월등한 규모로, 국책은행 등 핵심 기관을 반드시 포함하는 광범위한 이전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행정수도, 기관 이전과 보완 필수

행정수도 이전 문제는 지난 7월 말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통해 “국회가 통째로 세종시로 가야 한다. 청와대와 정부 부처도 모두 이전해야 한다”라고 주장하면서 다시 불붙었다. 민주당은 이후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 방안을 두고 헌법 개정과 국민투표, 여야 합의에 의한 특별법 입법까지 가능한 방안을 내놨다. 이에 대해 야당은 여당의 국면 전환용 정략 가능성과 국토 균형발전의 실효성 사이에서 명확한 입장 정리를 못 하고 있다.

행정수도·공공기관 이전 모두 균형발전과 지방 분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실행 가능성과 향후 국토 재편 측면에서는 차원이 다르다. 행정수도 이전은 공공기관 이전보다 절차와 실행 과정이 훨씬 복잡하다. 이미 수도권 인구가 절반을 넘은 상황에서 수도권의 이익을 거스르는 결정을 하기도 어렵다.

일부에선 벌써 대전권까지도 수도권에 편입된 마당에 지리적으로 더 수도권에 가까운 세종시로 행정수도 이전이 이뤄지면 또 다른 차원의 수도권 확장이라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경제·행정·해양 등 다극적인 수도(首都) 체제를 지향하지 않는다면, 기존 수도권과 지방 구도는 ‘수도가 이전된 중부권과 남부권’으로 또 양극화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따라서 당장은 2차 공공기관의 획기적인 이전으로 균형발전과 지방 분산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정책이 더 적절하다는 지적이다.

행정수도 이전 역시 이뤄져야 할 과제이지만, 공공기관 이전과 상호 보완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더 촘촘한 분석이 필요하다. 균형발전과 지방분권이 당면한 최대의 국가적 과제인 상황에서 실현 가능성과 실질적인 분산 효과가 최우선 기준으로 고려돼야 한다는 점이다.

곽명섭 위원 kms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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