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79)부산의 신진작가 문지영 ‘가장 보통의 존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인물이 어두운 배경을 뒤로 한 채 서 있다. 언뜻 단조로워 보이는 인물의 입상이다. 그러나 어딘지 불편해 보이는 표정과 자세, 남녀와 노소의 구분이 쉽지 않은 인물의 모습은 우리에게 의아함을 불러일으킨다. 계속해서 그 인물을 들여다보게 한다. 보라색 코트와 검정 크로스백, 노랑과 빨강의 매니큐어 등 인물에 대한 단서를 모으면서도 의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120호 크기의 커다란 캔버스를 가득 채운 이 인물은 과연 누구이며, 작가는 어떤 이유로 인물의 초상을 그렸을까.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을 가진 이 작품은 발달장애가 있는 문지영 작가의 여동생을 그린 그림이다. 문지영은 대학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한 후 다소 늦게 미대에 진학해서 작업을 이어 온 부산의 신진작가다.

동생의 장애를 가까이에서 경험하며 그것이 삶의 큰 부분을 차지했던 작가가 자신의 개인사를 주제로 선택한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사회, 정치적 문제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그것이 비단 개인이 경험한 가족의 이야기에 머무는 것이 아닌 우리 사회에 늘 존재하지만,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주변적인 존재에 관한 이야기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문지영은 사회적 약자의 정체성을 가진 인물을 캔버스에 가득 채움으로써 정상과 비정상, 그리고 보통의 범주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가장 보통의 존재’라는 제목은 사회적 기준과 잣대로 인해 매 순간 보통 사람 또는 보통의 삶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던 존재에 대한 역설적인 표현으로 다가옴과 동시에 소위 보통의 존재라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 재고할 수 있게 한다. 아울러 작가는 일견 평범하고 무가치한 것을 일컫는 말로 등장하곤 하는 ‘보통’이라는 단어가 보통의 범주에조차 포함되지 않는 것에 대한 또 다른 폭력성을 내포하기도 한다는 점을 작품을 통해 전달한다.

문지영의 ‘가장 보통의 존재’ 연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사회에서는 늘 주변적인 존재이자 제 몫이 없는 삶을 살아가야만 했겠지만 작품에서만큼은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주인공으로서 그 존재를 마음껏 드러낸다. 그 도전적인 시선을 느끼며 작품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간 우리가 그들에게 던진 시선은 어떤 종류의 것이었는지, 그 시선에 편견과 위계가 도사리고 있었다면 그것이 과연 정당한 것인지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밖에 없다. ‘가장 보통의 존재’를 포함한 문지영 작가의 작품들은 부산시립미술관의 신진작가 기획전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낯선 곳에 선’에서 감상할 수 있다.

김진아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사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