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틀랜드 시위 100일’ 둘로 쪼개진 미국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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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주 서부 로체스터 시내에서 5일(현지시간)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의 ‘복면 질식사’ 사건에 대해 항의하는 시위가 이어진 가운데, 한 여성 시위자가 시위대가 경찰 대치 과정에서 몸을 가리는 데 사용한 우산들이 버려진 거리에서 바닥을 짚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뉴욕주에서 경찰 체포 과정에서 숨진 흑인 남성 대니얼 프루드의 ‘복면 질식사’ 사건에 대한 항의 시위가 격화되고 있다. 또 지난 5월 말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을 계기로 시작된 오리건주 최대 도시 포틀랜드의 시위 사태가 100일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현지시간) 프루드 사망 사건이 발생한 뉴욕주 서부 로체스터에서 전날 저녁 사흘째 시위가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강성 발언·시위대 저항
좌·우 단체 세 싸움 더해 악화
NYT “좌파와 우파, 분노 키워”
흑인 ‘복면 질식사’ 시위도 격화
뉴욕 로체스터 사흘째 항의 시위
맨해튼서도 인종차별 항의 집회

2000여 명이 모인 이날 시위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지만, 경찰과 대치 과정에서 긴장이 고조됐다.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폭죽 등을 던져 경찰관 3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경찰은 해산 명령에 따르지 않는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하고 11명을 폭동과 불법 시위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일부 시위대는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지점 인근의 한 식당에 난입해 저녁 식사 중인 손님들을 내보내고, 영업을 중단시켰다고 현지 타블로이드지 뉴욕 포스트가 보도했다. 시위 도중 시위대를 향해 자동차 1대가 달려드는 장면도 목격됐다.

뉴욕시 맨해튼에서도 수백 명의 인종차별 항의 시위대가 거리를 행진했다. 일부 시위대는 시위 도중 스타벅스와 은행, 약국 등 점포의 유리창을 깨고 약탈을 시도해 경찰이 8명을 체포했다. 체포 과정에서 일부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연막탄을 던지는 등 격렬하게 저항했다.

러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5일 이번 사건 조사를 위해 대배심을 소집하겠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뉴욕법은 비무장 시민이 경찰 체포 구금 과정에서 사망할 경우 해당 사건 조사를 지역 경찰이 아닌 검찰총장 산하로 넘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시위 관계자는 “대배심 구성은 시작에 불과하다”면서 “계속해서 진실과 정의를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경찰 노조는 당시 경찰들이 훈련을 받은 대로 정해진 체포 과정을 준수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한편, 오리건주 포틀랜드의 시위 사태가 5일로 100일을 맞으면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 단체들은 노동절 연휴 사흘 동안 100일 기념 집회를 열 계획이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우파 조직은 맞불 차량 시위를 준비 중이다.

포틀랜드 시위는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의 강성 발언과 시위대의 저항, 좌·우파 단체의 세 싸움이 곁들여지며 악화 일로를 걸었다. 급기야 포틀랜드 시위는 좌·우파 지지자 간 총격 유혈사태로 번졌다.

AP통신은 포틀랜드 시위에 대해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 중 하나였던 포틀랜드가 불확실한 미래와 씨름하고 있다”며 “시위가 100일 동안 이어지며 기물 파괴와 혼란, 살인 사건으로 얼룩졌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는 “100일 시위가 포틀랜드뿐만 아니라 오리건주 다른 지역 사이에서 균열을 키우고 있다”며 “좌파와 우파가 공포와 불신, 분노를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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