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유리창 또 깨질라” 불안에 떠는 고층건물 주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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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오후 제9호 태풍 ‘마이삭’ 때 피해를 본 부산 해운대구 한 고층아파트에 주민들이 태풍에 대비해 깨진 창문을 합판 등으로 보강해 놓았다. 정대현 기자 jhyun@

“태풍 ‘마이삭’에 깨진 유리창만 수십 장이라 태풍 ‘하이선’을 코앞에 두고도 아직 복구공사를 끝내지 못했습니다.”

6일 오후 해운대구의 한 고층 아파트 관리사무소 직원은 쏟아지는 주민 민원과 불안감에 고충을 토로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3일 새벽 부산을 덮친 제9호 태풍 ‘마이삭’에 건물 외벽 유리창 수십 장이 깨지는 등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었다.

현재 일부 유리창만 복구공사가 이뤄졌으며, 미처 유리창 공사를 하지 못한 곳은 합판을 덧대는 등의 긴급 안전조치만 이뤄진 상태다. 다가오는 태풍 하이선의 강풍 피해를 버틸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이선의 최대 풍속은 초속 약 40m로 예상된다.

마이삭 피해 복구 미미한 수준
깨진 창문 대부분 합판 덧대
“초속 40m 강풍 어떻게 견디나”
유리 파편 떨어질라 외출 자제
창문에서 최대한 떨어져 있어야

관련 보수 업체 관계자는 “현재 유리창 등 시설물 보수, 설치 요청이 빗발치고 있다. 통유리 건물의 경우 외벽 유리창 설치 등에 꽤 오랜 시간이 걸려 아직 보수 작업이 이뤄지지 않은 집이 많은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잇따라 부산지역에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되면서 ‘불안한 유리창’에 주민 공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하이선은 7일 오전 9시께 부산에 가장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6일 오후 3시 강풍주의보가 우선 발효되면서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해운대구 달맞이언덕 고층 아파트에 거주 중인 정 모(33·여) 씨는 “지난 3일 태풍 마이삭에 아파트 유리창이 박살났다. 태풍 하이선이 오기 전 ‘식료품을 미리 사재기 해 둬야 한다’는 말도 돌고 있다”며 “유리창 파손에 뒤따르는 유리 파편 사고도 두려워 태풍이 끝날 때까지 외출을 최대한 자제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101층 규모의 엘시티 등 해운대 인근 초고층 건물도 태풍 하이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분주하다. 마린시티의 한 고층 아파트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하루 4~5번씩 태풍 영향에 따른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안내 방송을 하고 있다”며 “마린시티의 경우 앞선 태풍 ‘마이삭’으로 인한 피해는 없었으나, 태풍이 또다시 오는 만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는 승강기 멈춤 사고 등을 막기 위해 주민들이 자주 사용하는 화물용 승강기 이용을 전면 제한하고 아파트 출입구 유리에 모래주머니를 설치해 둔 상태다.

30여 개 객실 유리창이 박살 난 부산 기장군의 한 특급 호텔 등도 파손된 시설물을 처리하고 유리창을 설치하는 등 복구에 진땀을 빼고 있다.

태풍 하이선은 최대 초속 40m의 매우 강한 바람과 100~300mm의 비를 부산에 뿌릴 것으로 예상된다. 앞선 태풍 마이삭의 위력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전문가들은 태풍이 영향권에 들어오면 모든 창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두세 번 확인할 것을 당부한다. 또 창문이 강하게 흔들릴 경우 창문에서 최대한 떨어져 유리창 파편으로 인한 2차 사고를 피해야 한다.

전국 최초로 빌딩풍 연구를 진행 중인 권순철 부산대 사회환경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태풍이 오면 아파트의 경우 창문이 가장 큰 위협 요소로 꼽힌다. 하이선에 대비해 모든 창문을 닫고 잠금장치를 최대한 강하게 고정해 둬야 한다”며 “태풍이 지나갈 때까지 외부 강풍이 집 안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는 것이 피해 예방의 최우선이다”고 강조했다.

한편, 부산시는 이날 새벽 4시부터 풍수해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에 따라 비상 1단계를 발령했다. 시는 △재난안전대책본부 가동 △재난취약지 인근 시민 사전 대피 △재난안전문자 및 태풍예비특보 시 행동요령 전파 등으로 태풍 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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