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팀 후보가 준우승팀 에이스보다 고교 입시 점수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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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소년체전이 70년 만에 연기되는 등 전국 단위 체육대회가 줄줄이 무산되는 가운데 부산시교육청이 내놓은 고등학교 체육특기자 입시안이 일선 야구부 학부모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전국 단위 대회가 언제 다시 열릴지 알 수 없는 상황인 데다 입상 실적도 개인 성적은 제외하고 팀 성적만 인정하기로 해 ‘졸속 행정’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부산 시내 7개 중학교 야구부 학부모가 주축이 된 이들은 “교육청이 강행하는 새 체육특기자 입학 전형을 유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부산시교육청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혀 갈등이 장기화할 조짐이다.

개인 대신 팀 성적 반영 ‘불공정’
고입 체육특기생 입시안 논란
대회 잇단 연기로 변별력도 상실
학부모 “설명회 없이 졸속 발표”

부산시교육청은 다음 달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2021학년도 고등학교 체육특기자 선발 입학원서를 접수한다. 2021학년도부터 이들의 선발 기준은 내신 성적 30%와 입상 실적 70%로 결정된다. ‘공부하는 운동부를 만들겠다’며 교육부가 2017년부터 고입 체육특기자 선발 시 내신을 의무적으로 반영하도록 한 결과다.

문제가 되는 건 입상 실적을 반영하는 방식이다. 소년체전 등 전국 대회의 입상 실적에 높은 배점이 주어지는데 코로나19 확산으로 굵직한 대회가 줄줄이 취소되고 있어 지금껏 전국 대회 입상 성적이 없는 학교에 소속된 선수는 졸업 때까지 이를 만회할 기회가 사라졌다. 이기동 신정중 야구부 학부모회장은 “교육청이 사전에 특기자 학부모 공청회라든가 입시설명회 한 번 없이 올 7월에 번갯불에 콩 볶듯 입시전형을 발표했다”며 “지난해까지 전국 대회 입상팀 엔트리에 들었다는 이유로 제대로 뛰지도 않은 학생들에게까지 혜택을 부여하는 건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야구부 학부모들은 스카우트 비리를 척결한다며 선수 개인 성적을 반영하지 않기로 한 교육청의 결정에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병훈 센텀중 야구부 학부모 후원회장은 “야구는 팀 성적과 개인 성적을 함께 봐야 정확하게 선수 가치를 판단할 수 있다. 이 방식대로라면 팀 에이스에 4번 타자로 뛰며 준우승한 학생보다 명문중 야구부에 입단해 벤치에 앉아 우승을 맛본 학생이 더 점수가 잘 나오게 된다”며 “스카우트 비리와 과열 경쟁을 막겠다더니 이제 명문중 야구부에 가기 위해 초등학교 야구부부터 사교육 열풍이 불 판”이라고 말했다.

개인 성적은 제쳐 두고 하고 손쉽게 팀 성적으로 학생 선수를 재단하려 한다는 탁상행정 지적에 부산시교육청은 이를 일축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야구를 포함한 모든 운동은 단체 종목이다. 포지션별로 개인 성적을 객관적으로 산출하는 건 현실적으로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한 전국 대회 형평성 논란에 대해서는"올해 전국 경기가 열리지 않아 지난해 전국체전 입상자가 유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대회 간 점수 격차를 조절해 간극을 줄이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덧붙였다.

서유리·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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