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 싶다, 저도 그리고 ‘청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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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시범 개방 기간이 만료돼 추가로 기간이 연장될 전망이지만 저도 볼거리의 핵심인 청해대 개방 여부는 불투명해 '반쪽 개방'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시범 개방에 맞춰 연리지 공원으로 새롭게 단장한 9홀 골프장. 부산일보DB

지난해 9월 저도에 입도한 관람객들이 선착장을 따라 이동하는 모습. 부산일보DB
대통령 별장인 ‘청해대(靑海臺, 바다의 청와대)’를 품고 47년 만에 일반에 공개된 경남 거제의 작은 섬 ‘저도’가 시범 개방 기간 종료 이후에도 계속 탐방객을 맞을 전망이다. 거제시의 끈질긴 설득에 저도에 주둔지를 둔 해군도 추가 개방 필요성에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핵심인 청해대 공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해 이번에도 ‘반쪽 개방’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7일 거제시에 따르면 저도 관련 실무기구인 ‘저도 상생협의체’는 오는 16일 시범 개방 만료를 앞두고 추가 개방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상생협의체는 행정안전부와 경남도, 거제시 그리고 국방부, 해군 5개 기관이 참여하고 있다.

16일 저도 시범 개방 기간 만료
상생협의체, 개방 연장엔 합의
정원·개방 기간 확대에는 이견
섬 내 부족한 볼거리 문제 여전
거제시, 대통령 별장 개방에 집중

거제시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당장 개방 중단은 안 된다는 전제에 이견은 없다”면서 “입도 정원 확대나 개방 기간 연장 등 우리가 요구하는 세부협의사항에 대한 타당성을 수치로 입증할 통계 분석 자료를 8월 말 각 기관에 전달하고 답신을 기다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코로나19 여파로 집합 회의를 못 해 공문을 주고받는 서면 회의로 대체되면서 의사 결정이 늦어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협의체는 2019년 9월 17일부터 2020년 9월 16일까지 1년간 저도를 시범 개방하기로 했었다. 월·목요일을 제외한 주 5일, 하루 600명에 한해 입도를 허용하는 조건이다. 또 군부대 정비를 위해 동계(2019년 12월 1일∼2020년 2월 29일)와 하계(2020년 7월 7일∼9월 6일) 정비 기간엔 탐방객 출입을 제한하기로 했다.

이에 거제시는 입도 정원 추가 증원과 요일 제한 폐지, 대통령 별장을 포함한 개방 범위 확대 등을 주요 의제로 제안해 놓고 있다. 이참에 사실상 ‘전면 개방’을 끌어내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핵심 의제인 대통령 별장 개방은 장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난해 9월 첫 개방 당시만 해도 저도를 향한 세간의 관심은 뜨거웠다. 하루 두 번, 저도를 오가는 유람선 2개월 치 예매가 단 하루에 마감됐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또다시 뱃길이 끊기면서 세간의 관심에서 멀어졌고, 재개방 이후 탐방객 수는 3분의 1 수준으로 급감했다. 코로나 악재를 고려해도 아쉬운 성적표다.

이를 두고 근본적인 문제는 부족한 볼거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대통령 별장이 있는 저도인데, 별장은 보안 문제로 관람할 수 없다. 지불한 비용에 비해 너무 즐길 거리가 없다는 의미다. 저도 유람선 요금은 성인 기준 1만 8000원이다.

지역 관광업계 관계자는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내수 관광 수요가 늘어난 상황인데도, 이 정도인 것은 아이템 자체에 부족함이 있다는 의미”라며 “이번에도 (대통령)별장이 빠지면 '앙꼬 없는 찐빵'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별장 개방은 상생협의체는 물론 청와대, 대통령경호처와도 교감이 필요하다. 시 관계자는 “필수 협의 기관만 5곳이다. 다양한 채널을 통해 당위성과 필요성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해군의 대체기지 조성 요구나 한 해 65억 원 적자가 쌓이는 청남대 사례 등을 타산지석 삼아 추진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저도는 전체 면적이 43만여㎡인 작은 섬이다. 일제강점기 일본군이 주민을 내쫓고 군사기지로 만들었다. 해방 후 해군 주둔지가 들어섰고, 이승만 대통령이 하계 휴양지로 사용하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청해대로 명명하면서 민간인 출입은 물론, 인근 바다 어로행위까지 금지됐다. 문민정부 시절 청해대 지정이 해제됐지만, 2008년 다시 대통령 별장으로 지정됐다. 해군 기지와 군 휴양시설, 9홀 골프장, 해수욕장 그리고 총 길이 3.5km의 탐방로, 전망대 등을 갖췄다. 현재 소유권은 국방부, 관리권은 해군에 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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