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가 ‘커튼월 공법’ 건물, 안전규정 강화 한목소리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울경 스쳐간 태풍 ‘하이선’

최근 태풍이 잇달아 부산을 덮치면서 ‘커튼월 공법’이 적용된 해안가 고층 건물과 일대 상가가 다른 지역보다 많은 피해를 입었다. 해운대구 마린시티 전경. 정대현 기자 jhyun@

제9호 태풍 ‘마이삭’에 이어 제10호 태풍 ‘하이선’이 연달아 부산을 덮치면서 ‘커튼월 공법(강철로 이뤄진 기둥에 유리로 외벽을 세운 방식)’이 적용된 고층 건물과 해안가 일대 상가가 다른 지역 보다 많은 피해를 입었다. 강한 바람에 이들 건물의 유리 벽이 취약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커튼월공법의 안전 규정 등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3일 태풍 마이삭 영향으로 해운대구 곳곳에서 고층 건물 외벽 유리창이 파손됐다. 달맞이언덕에 위치한 53층 규모 아파트에서는 수십 장의 유리가 깨졌고, 엘시티와 시그니엘 부산 호텔에서도 유리창과 함께 외벽 타일 수십 장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반면 6일 새벽부터 영향권에 접어든 태풍 하이선과 관련해서는 다행히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들은 깨진 유리창에 합판 목재를 덧대거나 유리창에 종이와 테이프를 덧대 바르는 등 하이선을 대비하며 ‘공포의 밤’을 지새웠다. 태풍 등 강풍이 유리창을 뚫고 시민 생활권까지 위협한 것이다.

태풍 때마다 주민 ‘공포의 밤’
내륙보다 창문 파손 피해 커

외벽, 수평으로 강한 횡력 받아
큰 유리창·돌출 구조 특히 위험

“내진설계로 건물은 문제 없지만
창문 크기 줄이고 구조 강화해야”

이들 건물은 대부분 커튼월공법이 적용됐으며, 주로 해운대구에 있다는 특징이 있다. 병풍 유리 형태의 커튼월공법은 이색적인 외관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초고층 건물에서 선호되고 있다. 해운대구는 전국에서 초고층 건물 밀집도가 가장 높은 지역이다. 실제로 50층이 넘는 초고층 빌딩이 전국에 111동, 부산엔 35동 있다. 이중 해운대구에만 무려 25동이 밀집해 있다. 이 초고층 건물 대부분은 외벽이 유리로 이뤄져 있으며, 엘시티와 마린시티 일대 아파트가 대표적인 예다.

전문가들은 커튼월공법이 적용된 건물의 준공 후 관리와 건축 과정에서의 구조 설계 중요성을 강조했다. 오광석 한국해양대 해양공간건축학과 교수는 “커튼월공법 적용 시 구조 설계가 필수적으로 이뤄져 위험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 하지만 해안가 인근 건물의 경우, 유리창 면적에 가해지는 힘이 내륙보다 높아 파손 가능성이 일반적으로 더 높다. 유리창 면적과 관련한 설계가 더욱 과학적으로 섬세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해안가 건물 외벽은 강풍으로 수평으로 전달되는 힘인 강한 ‘횡력’을 받게 되므로 유리창을 부분적으로 나눠 한 장이 너무 넓지 않게 설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커튼월공법 자체의 문제가 아닌 외벽 유리창의 강도와 면적에 의해 강풍에 의한 파손 가능성이 결정된다.

이정재 동아대 건축공학과 교수는 “유리창 강도가 약하거나 너무 넓은 면적의 유리창은 강풍을 견디기 어려워 태풍 등에 파손 위험이 커진다”며 “하지만 외벽 유리창으로 이뤄진 고층 건물 대부분이 강도 높은 지진에도 견디게 내진 설계돼 있고 강풍에도 견딜 수 있게 창문 면적을 설계해 큰 문제가 없다. 다만 이런 기준이 적용되기 전에 지어진 오래된 고층 건물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할 수 있다”고 말했다.

초고층 건물 특성상 창문이 외부로 돌출되는 구조나 ‘라운드형 베란다’ 구조 등은 외벽 밖으로 튀어 나와 있어 태풍에 더 취약하다. 빌딩풍 효과까지 겹쳐진 돌풍에 직접 피해를 받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태풍 마이삭 상륙 때 부산 수영구 수영강변 한 아파트에서는 넓은 면적의 외벽 유리창이 통째로 파손되는 피해를 겪기도 했다. 이 아파트가 라운드형 베란다 구조다.

오광석 교수는 “최근 많은 건물에 커튼월공법이 적용되는데, 아름다운 외관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민들이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도록 내진 설계와 창문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하태경 국민의힘 부산시당위원장은 커튼월공법이 적용된 해운대 고층 건물 빌딩풍 피해와 관련, 건축 허가 시 빌딩풍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포함하는 등의 대책 입법화를 검토 중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