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코로나 우울’ 확산일로… 심리방역 체계도 강화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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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감염 우려와 일상생활의 제약에 따른 심리적 무기력을 뜻하는 이른바 ‘코로나 우울’도 덩달아 전국에 확산 중이다. 올해 1월 한국에 상륙한 코로나19 사태가 봄과 여름을 지나 가을을 맞았는데도 확산 기세를 멈추지 않는 탓이다. 애초 설마 하는 마음으로 우려했던 감염병 확산이 실제로 7개월째 지속되자 국민들의 누적된 정신적 피로감은 극도에 달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정신건강과 관련된 하루 상담 건수는 지난달 14일 2457건에서 이달 4일 4424건으로 급증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서울대 연구팀이 ‘본인의 감염 가능성’을 묻는 설문조사를 한 결과, 8월 첫째 주 응답률은 6.2%로 낮았는데, 8월 말엔 27.9%로 크게 높아지기도 했다. 사회적 고립이 심화돼 코로나 우울로 고통받는 국민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은 물론 불안과 우울의 증세도 더욱더 깊어간다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최근 정신건강 악화 상담 사례 급증
정부·전문가 합심 국민 고통 경감을

부산 지역도 예외는 아니어서 올해 2월부터 부산시정신건강복지센터에 전화·대면으로 진행된 심리상담 건수가 2만 1350건에 달했다. 코로나19가 정신건강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력은 사회 각계각층, 구석구석에 퍼져 있다. 마스크 착용 같은 방역 수칙 준수 여부를 두고 실랑이를 벌이며 불신을 쌓는 모습은 일상이 되었다. 코로나19에 감염돼 구설에 오르는 것을 걱정하는 20대 직장인들, 육아와 돌봄에 무력감을 느끼는 30대 부부, 집합 금지·매출 급감으로 상상을 초월하는 어려움을 겪는 자영업자 등 심리적으로 고통받는 숱한 사례가 코로나 시대의 안타까운 풍경들을 이루고 있다.

코로나19 자체 방역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심리방역 또한 절대 간과할 수 없는 중대한 영역으로 떠올랐음에 주목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신적 박탈감을 호소하는 국민들의 고통이 이렇게 누적되면 심각한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음을 경고한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마음이 무너지는 것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삶에 대한 의지의 붕괴는 곧 삶과 세상의 몰락을 의미한다. 느슨한 마음을 굳건히 지키고 무너진 마음을 다시 세우는 심리방역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이미 코로나 우울로 고통을 겪는 국민을 위해 심리 상담 비상 직통전화를 운영하고, 특히 우울 증세가 심한 고위험군에 대해서는 전문가 심층 상담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좀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조치들을 강구해서 심리방역 체계를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최근 ‘코로나 우울’을 공식 명칭으로 정하고 질병코드로 신설하는 방안을 찾는 건 잘한 일이다. 이를 위해 관련 전문가들, 각종 단체와 합심하고 국제사회와도 잘 협의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우울 퇴치를 위한 전방위적인 노력 역시 마땅한 의무임을 정부와 방역당국이 한시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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