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차기 주자 이낙연·이재명 ‘편애’ 안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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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기 후반기를 보내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이 여권 유력 차기 주자들과의 관계설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의 새 사령탑에 오른 이낙연 대표와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로 기사회생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번갈아 가면서 힘을 싣고 있는 것이다.

이 대표와 이례적 ‘번개’ 오찬
이 지사 비판엔 “일리 있다” 공감
번갈아 힘 실어주며 ‘등거리’ 유지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1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서 이 대표에게 ‘번개’ 오찬을 제안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이 사전에 일정을 정하지 않고 약속을 잡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특히 이날 오찬은 비공개 일정이었지만, 문 대통령은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에게 오찬 사실과 일부 대화를 대변인을 통해 공개할 것을 지시했다고 한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언제든지 대통령에게 상의하시라. 주말도 상관없으니 전화하라”고 했다.

이를 놓고 여권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이 차기 대선후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이 대표에게 상당한 신뢰를 보여 줬다는 해석이 나왔다. 문 대통령이 9일 이 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간담회를 갖는 것도 이런 관계의 연장선으로 보인다.

대법원 판결 이후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는 이재명 지사에 대한 문 대통령의 기본적인 인식도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는다. 이 지사는 최근 2차 재난지원금 선별지급과 관련해 ‘배신감’을 언급하며 문 대통령과 여권에 날선 발언을 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에서 “재난지원금 지원 대상, 지급 방식에 대해 다른 의견이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적은 금액이라도 모든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것도 일리 있다”며 ‘보편적 지급’을 주장한 이 지사의 발언에 공감했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입장은 차기 주자들 가운데 어느 한쪽에 기울지 않고 ‘등거리’를 유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희정 전 충남지사, 박원순 전 서울시장 등 잠룡들의 잇따른 낙마로 여권의 차기 주자군이 얇아진 가운데 이 대표와 이 지사 어느 한쪽으로 주도권이 쏠릴 경우 문 대통령으로서도 임기 말 국정운영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박석호 기자 psh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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