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우리도…” 현대중공업發 확산 ‘떨고 있는 산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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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2차 대유행 비상

8일 울산시 동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현대중공업 직원 등이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받고 있다. 울산 동구보건소 제공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에서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사흘 새 직원 4명과 직원 아들 1명이 코로나19에 연쇄 감염되면서 지역 사회는 물론 산업계 전반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근로자 밀집도가 높은 대기업 생산 현장에서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발생하면서 전파 속도에 따라 지역사회 확산의 또 다른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8일 울산시와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지난 6일 현대중공업 외업관 건조부서 직원이 지역 115번 확진자(45세 남성·북구)로 판정된 이후 같은 건물에서 일하던 동료 3명(121~123번)이 8일 연달아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여기에 115번 확진자의 아들도 120번 확진자(9세 남성·북구)로 판정됐다. 115번 확진자를 기점으로 사내 감염과 가족 간 전파로 번진 것이다. 121번 확진자(58세 남성·북구)와 122번 확진자(57세 남성·동구)는 115번 확진자와 같은 부서 밀접 접촉자였고, 123번 확진자(38세 남성·동구)는 115번과 부서는 다르지만, 건물 화장실에서 양치질을 하며 세 번 정도 마주친 것으로 파악됐다.

깜깜이 경로 115번 확진 후
울산조선소 동료·아들 4명 감염
원·하청 직원만 2만 7000명
최악 땐 현대重 생산현장 폐쇄
대규모 사업장 연쇄감염 ‘비상’


현대중공업은 지난 7일 115번 확진자와 같은 건물에서 근무하는 500여 근로자에 대해 하루 동안 출근하지 않도록 조치한 데 이어 8일에는 121~123번 확진자와 같은 층을 사용하는 300여 직원을 출근시키지 않고 진단검사를 받도록 했다.

특히 울산시는 115번 확진자의 감염 경로를 알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다. 시 관계자는 “115번의 경우 감염원이 무엇인지 확인하지 못한 상태”라며 “일단 대규모 사업장의 추가 감염을 차단하는 게 중요하다고 보고 방역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15번 확진자는 지난 3일 처음 발열 증상을 보였고, 이틀 전인 1일부터 회사 출근과 사내 식사, 오토바이 귀가를 반복했다. 3일에는 북구 마트 1곳, 4일에는 회사 부속 의원 등을 방문했다. 근무지인 해당 건물 직원들은 샤워실과 사내 식당 등을 공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확진자가 회사 안팎에서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회사는 방역 당국과 협조해 이 건물 근로자 수백 명에 대한 출근 금지 조치와 함께 코로나19 진단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잡히지 않는다면 최악의 경우 생산 현장을 폐쇄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현대중공업에 근무하는 원·하청 직원은 총 2만 7000명에 달한다.

현대중공업 한영석 사장은 이날 담화문을 내고 “코로나19 추가 확산을 막기 위해 손 씻기, 마스크 착용 등 관련 예방 지침을 반드시 지켜 달라”며 “확진자와 접촉했거나 기침, 발열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나면 출근하지 말고 회사 종합상황실 또는 보건소에 연락해 매뉴얼에 따라 조치해 줄 것”을 당부했다.

울산에서 현대중공업 집단감염 소식이 알려지자, 지역 산업계는 사내 코로나 방역과 사회적 거리 두기를 강화하는 등 한층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현대중공업 코로나 사태가 ‘산업계 연쇄 확산의 신호탄이 아닐까’ 걱정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역 한 중소 제조업체 대표는 “코로나19 확진자가 한 명이라도 나오면 회사 존립 자체가 어려울 수 있다고 보고 전 직원 회식·출장 금지, 발열체크 의무화 등 살얼음판을 걷는 기분으로 코로나19 예방책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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