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은 타자 아픔 발견하는 마음의 고고학”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형준 교수와 그의 에세이집. 호밀밭 제공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것은 ‘사상’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마음’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왜냐하면 인문학은 소외되고 배제된 이들을 비추는 지식의 등불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사상의 인문학이 아니라, 마음의 인문학을 지향해야 한다는 것.’(‘인문학이라는 촛불’ 중)

박형준 부산외대 한국어문화학부 교수가 인문 에세이 <함께 부서질 그대가 있다면>(호밀밭)을 냈다. 박 교수가 지역의 여러 매체에 쓴 칼럼을 엮은 책이다. 다양한 문화 예술 장르에 대한 단상을 담은 글에는 인문학적 감성이 짙게 배어난다.

박 교수는 ‘인문학자는 타자의 아픔을 발견하는 마음의 고고학자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한다. 인문학이 우리 삶의 모순과 부조리에 대해 회의하고 질문하는 자기 성찰인 동시에 세상을 살아가며 차마 드러내지 못한 마음의 표정을 발굴하는 고고학적 실천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인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차가운 지식’이 아니라, 나와 타인의 삶/관계를 새롭게 정초하는 ‘따뜻한 교류’의 가능성이라고 말한다.

문학 평론가인 그가 전하는 ‘문학을 읽는 이유’는 깊은 울림을 준다. 그는 ‘문학의 종언’이 문학의 무용론이나 장르 폐기로 직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문학의 매스 미디어적 기능은 상실되었을지 모르지만, 문학은 여전히 인간과 세계의 다양한 모습을 조망하고 감각하는 생활 매체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학은 우리 삶의 다양한 결을 발견하고 그 모양을 창의적으로 조형하는 문화적 디자이너의 임무를 충분히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문학을 읽고 쓴다는 것은 지루하고 건조한 일상의 감각 체계에 독특한 삶의 진동을 부여한다”고 했다. 김상훈 기자 neato@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