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널·철판 없어 태풍 피해 복구 엄두도 못 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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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으로 공장 외벽이 부서지는 등의 피해를 입은 공장이 많지만 철판을 구하지 못해 복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제공

태풍으로 공장 외벽이 부서지는 등의 피해를 입은 공장이 많지만 철판을 구하지 못해 복구에 차질을 빚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제공
“철판업체에 전화를 해 봐도 아예 안 받아요.”

부산 기장군 A업체의 하소연이다. 지역의 많은 공장들이 9호 태풍 마이삭, 10호 태풍 하이선의 연이은 영향으로 공장 외벽, 지붕 등이 뜯겨져 나가는 피해를 입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다. 많은 공장이 비슷한 피해를 집중적으로 입으며 패널, 철판, 합판 등 복구용 자재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가 된 것이다.

태풍 피해 심각 부산 지역 공장들
합판 등 복구용 자재 못 구해 한숨
중소기업, 정부 지원도 ‘사각지대’
“빠른 정상 가동 위해 행정 나서야”

A업체는 지난 7일 오전 하이선의 영향으로 철판으로 만든 공장 외벽과 지붕 일부가 바람에 찢겨 떨어져 나갔다. 피해 복구를 위해 이날 오후부터 지역 내 철판 등 자재를 판매하는 업체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려 보았지만 “나중에 전화를 해 달라”는 답을 받았다. 겨우 연락이 된 곳에서는 “지금은 물량도 없고 예약도 꽉 차서 한 달은 기다려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

기업의 규모가 작을수록 복구용 자재 구하기는 더 어렵다. 부산 사하구 B업체는 “큰 업체들이야 복구 규모도 크니 업체들이 너도나도 자재를 대 주려고 하지만 필요 수량이 적은 소기업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냥 패싱이다”고 말했다. 앞으로 11호 태풍을 비롯해 한반도로 태풍이 더 올 가능성이 있어 마냥 방치해 놓을 수도 없는 실정이다.이 때문에 일부 업체에서는 임시방편으로 부서진 간판이나 외벽을 용접하거나 끈으로 묶어 처리하고 있다.

비용 문제도 있다. ‘재해구호법’에 따라 재난으로 피해를 입을 경우 소상공인은 피해 규모에 따라 200만 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하지만 중소기업은 이러한 지원이 없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도 직접 해야 한다. 피해를 입은 중소기업은 긴급경영안정자금이라는 명목으로 융자를 받을 수 있을 뿐이다. 부산 기장군 C업체는 “중소기업이 일자리 창출, 부가가치 창출 등 경제 기여도가 높다고 말은 하지만 지원책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해 중소기업들이 판로가 막혀 어려움을 겪고 있어 태풍 피해에 따른 복구 비용마저도 부담이 된다”고 말했다.

비용 부담을 덜 수 있는 풍수해보험도 있지만 지역 기업의 가입률은 높지 않은 편이다. 풍수해보험은 행정안전부가 주관하는 정책보험으로 태풍이나 호우, 지진, 대설 등의 자연재해로 인한 피해 보상을 하는 1년 소멸성 보험이다. 부산중소벤처기업청에 따르면 전국 4700여 곳이 풍수해 보험에 가입했지만 부산의 가입 실적은 300건 수준이다. 부산 강서구 D업체는 “대부분 기업은 화재보험은 들지만 풍수해보험을 드는 경우가 없어 보상을 받을 길이 막막하다”며 “9호, 10호 태풍의 피해를 이어서 받다 보니 대표들끼리 이제 화재보험말고 풍수해를 들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 관계자는 “재난 피해를 입었을 때 중소기업들이 피해를 빨리 복구하고 다시 정상적인 공장 가동이 가능하도록 적극적으로 행정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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