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MA 컬렉션, 미술관 보고(寶庫) 들여다보기] (80) 숯으로 그린 현대적 수묵 추상화, 이배 ‘풍경 2000-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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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1956~ ) 작가의 본명은 이영배이다. 이배 작가는 물감 대신 숯이라는 재료를 사용해 회화, 설치, 조각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프랑스 파리를 거점으로 30년 넘게 파리와 한국, 뉴욕 등지를 오가며 활발한 작품활동을 이어 가고 있다. 작가는 ‘숯’이라는 재료를 통해 동양적 감성을 현대적 보편성으로 확산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모노크롬 회화를 국제무대에 선보이며 한국 단색회화의 2세대 작가로서 주목받고 있다.

숯을 접하기 전 이배 작가의 작업은 캔버스에 유화물감을 겹겹이 축적하듯 다량의 물감을 소요하는 형태였다. 프랑스로 건너간 이후 해외에서 활동을 하며 느끼는 경제적 부담으로 작업 재료에 대한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했다. 우연히 동네 마켓에서 저렴하게 팔고 있는 바비큐용 숯을 발견하고 작품 제작에 새로운 시도를 하게 된다. 그는 숯이 가진 재료적 특성에서 의미를 찾았다. 생명의 최초 단위이자, 최후 단위이기도 한 점에 매료되어 현재까지 숯을 이용한 작업을 이어 오고 있다.

작가가 숯을 사용한 초창기에는 인체가 주요 관심사였다. 이후에는 연금술과 자연이라는 새로운 주제로 작업을 확장한다. 2000년 이후부터는 거대한 숯 덩어리들을 전시 공간에 설치하거나, 비교적 작은 크기의 수많은 숯 조각들을 벽면에 설치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10여 년 전부터는 기호를 그리거나 추상적인 형태를 표현하는 작업을 캔버스에 담아내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이배 작가의 작품 2점을 소장하고 있다. 그중 ‘풍경 2000-Ⅲ’는 흰 바탕의 캔버스에 숯가루를 짓이겨 미디엄을 사용하여 화면에 두껍게 붙인 것으로 조각적 형태로의 확장을 시도한 작품이다. 일체의 장식과 군더더기를 생략하고 단순한 구조로 이뤄져 마치 동양의 간결한 수묵 추상화를 연상케 함과 동시에 지극히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작품이다.

박효원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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