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슬기로운 코로나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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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혜 배우·경성대 연극영화학부 교수

코로나19 확진자 수의 증가로 수도권에선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강화되었다. 이로 인해 커피 전문점, 제과제빵점, 아이스크림점 등 매장 내 취식이 가능했던 모든 프렌차이즈가 포장과 배달만으로 운영되고 있다. 식사 후 커피를 마시는 일이 일상이 되어 버린 요즘, 직장인들에게 꿀맛 같던 휴식 공간이 사라진 셈이다. 잠깐의 여유를 즐기기 위해 오히려 점심 식사는 간단하게 마치고 커피숍으로 향했던 분들, 나른해진 몸과 피로를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잔과 달달한 케이크 그리고 동료들과의 담소로 달랬던 분들, 모임이나 간단한 미팅 장소로 즐겨 사용했던 분들 모두에게는 소확행을 빼앗긴 느낌일 것이다.

일상의 안식이 사라져 버린
코로나19 비상시국에서
그저 주저앉을 수만은 없어

위기를 기회 삼는 지혜 절실
XR 기술 같은 온라인으로
문화 사업 새로운 도약 꾀해



식사나 주류 등을 판매하는 외식업장들도 저녁 9시 이후로 영업이 불가능해진 상태이다. 따갑게 내리쬐던 오후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즘 같은 저녁에는 테라스가 있는 가게에 앉아 시원한 맥주 한잔과 바싹하게 잘 구워진 황태 안주로 소소하지만 여유롭게 하루를 마무리하시던 분들이 많았다. 퇴근 후 삽겹살과 소주 한잔으로 지친 오늘을 달래던 직장인들도 자주 눈에 띄었다. 직장인들의 유일한 낙으로 느껴졌던 이러한 모습들도 이제는 말끔히 사라졌다.

늦은 밤까지 도로를 환하게 비추던 간판들과 식당의 불빛들도 이젠 9시만 되면 대부분 소등된다. 야근하고 나오는 직장인들에게 환하게 켜져 있던 식당의 불빛은 나 혼자만 열심히 일하는 게 아니라는 격려를 해주기도 하고 퇴근길에 야식을 부르는 유혹이 되어 하루를 든든하게 마무리하게 해주었다. 그러나 이제는 영업 제한 조치 때문에 불 꺼진 식당들이 많아졌다. 어둡고 컴컴한 밤거리를 지날 때면 우울하고 외로운 느낌을 들게 한다.

학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수도권의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고3 제외)가 원격 수업으로 전환되고 학원 등 교육 관련 기관들도 집합금지 조치로 비대면 수업만이 허용되고 있다. 등하굣 길에 우연히 반가운 친구를 마주칠 일도 없으며 쉬는 시간에 우르르 모여 앉아 과자를 먹으며 수다 떠는 시간도 갖지 못한다. 학원의 빡빡한 수업도 함께 다니는 친구를 만난다는 생각에 덜 지치며 소화가 가능했지만 지금은 온라인 강의로 지루하게 공부에만 집중해야 한다.

미디어 업계도 비슷한 실정이다. 드라마나 영화 촬영 모두 현장에 투입되는 인원이 많다 보니 현재 상태에서는 촬영이 불가능해 중단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디에도 나갈 수 없고 누구도 만날 수 없는 상황에서 사람들의 무료함을 달래 줄 유용한 도구는 TV나 인터넷인데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면 원활한 프로그램 방영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집합이나 행사 등도 10인 이상 모이는 게 금지되면서 각종 공연이나 전시 일정이 취소되고 영화 개봉이 미뤄지는 등 다양한 문화예술 프로그램들도 차질을 빚고 있다. 특히 뮤지컬이나 연극, 콘서트와 같은 공연물은 관객 동원이 필수이기 때문에 공연 업계의 손실이 막대하다.

최근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여러 가지 대안들을 찾아 실행에 옮기고 있는데 이 중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 XR(Extended Reality) 기술이다. XR은 확장 현실이란 의미로 VR(Virtual Reality), AR(Augmented Reality), MR(Mixed Reality)을 포괄하는 실감형 콘텐츠의 대표 격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과 가상 공간과의 상호 작용을 강화하고 가상으로 만들어 낸 사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여 실제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한 실감 나는 영상으로 구현이 가능하다. 따라서 콘서트와 같이 화려한 무대 퍼포먼스로 거대한 수익 창출을 이뤘던 공연 콘텐츠들이 공연 대체를 위한 방법으로 XR기술을 전면 활용하고 있다. 실제 관람은 불가능해졌지만 풍부한 효과를 입혀 온라인 관람으로도 충분히 웅장하고 다채로우며 입체적인 볼거리를 제공해 준다.

XR 기술의 활용은 온라인 강의나 실습 교육에도 효과적이다. 특히 어린 학생들의 경우 비대면 수업에서의 집중도가 낮음으로 XR 기술을 통해 학습에 필요한 내용을 실감 나게 구현하여 수업의 이해도나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대학생들 또한 직접 실습 공간에 가지 못하더라도 XR의 활용으로 만족스러운 간접 체험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러한 신기술 도입으로 문화, 예술, 교육, 업무 등에는 많은 변화가 생기고 있다. 코로나 사태로 어려운 점도 많지만,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이 상황을 새로운 도전의 기회로 삼아 XR 공연이라는 또 다른 온라인 시장을 구축하기도 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기만을 기다리기에는 상황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싸움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마냥 피해를 보기보다, 여러 가지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기술 활용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현명한 대처법을 강구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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