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수도권 일극화 맞설 1000만 부·울·경 시대 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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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울산·경남의 초광역화는 시대적 필수 과제이다. 국토의 다극화는 지역민은 물론 국민의 생존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는 어느 분야에서든 편중이나 불평등이 일어나면 그 결과는 퇴행일 뿐이라는 뼈아픈 경험에 기반한다. 유럽이나 일본 등 우리보다 한발 앞서 산업화를 이룬 나라에서 지역 균형발전에 그토록 정성을 기울인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주지하다시피 우리나라의 수도권 집중은 날로 심화하고 있다. 이 속도는 국가 자원 총량 증가를 앞지르는 것이기에 그 심각성이 더할 수밖에 없다. 수도권이 발전할수록 지방은 반대로 더 피폐해지는 것이다.

이젠 더 미룰 수 없는 부·울·경 시대
지역 언론 역할 그 어느 때보다 중요
창간 74주년 맞은 釜日 소임 다할 터

이와 같은 수도권의 블랙홀화에 부·울·경마저 견딜 수 없다는 건 의미심장하다. 그래도 전통 산업이 몰려 있는 동남권은 그나마 우리나라를 양극 체제로 균형화할 수 있는 유일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수도권과 거리가 멀어 영향을 다소 적게 받는 데다 항만이라는 특성이 있어 지방소멸이란 비극에서 어느 정도 벗어날 수 있는 이점을 가진 게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문어의 흡입판처럼 강력한 수도권 파워는 부·울·경의 인적·물적 자원을 사정없이 빨아들이고 있다.

이제는 더 이런 상황을 방치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만약 특단의 대책을 세우지 않는다면 수도권만 오아시스처럼 덩그러니 남고 나머지 지역은 사람이 살지 못하는 사막이 되지 말란 법이 없게 됐다. 서울·경기 사람들은 이런 주장을 과장이라고 실소하겠지만, 실제 동남권에 사는 우리에게는 절대 엄살이 아니다. 그 해결책 중 유력한 방안이 바로 부·울 ·경 초광역화이다. 이는 동남권만 잘살겠다는 욕심에서 나온 게 아니다. 국토를 고루 발전시키는 데 초석이 되겠다는 인식의 발로이다.

부산일보가 창간 74주년을 맞아 이 주제에 초점을 맞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죽느냐 사느냐 하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부·울·경 초광역화를 위한 노력이 없었던 건 아니다. 세 지역 광역단체장들이 틈만 나면 모였고, 관련 기구 건립도 자주 논의됐다. 정부에서도 손만 놓고 있지는 않았다. 광역교통망 구축이나 북항 개발 등 지역 발전을 위한 조치를 내놓았다. 하나 효과는 미미했다. 원인은 내부와 외부 모두에 있었다. 우선 부산, 울산, 경남이 은근히 주도권을 잡으려 경쟁하는 모양새를 버리지 못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서로 힘을 합쳐도 수도권에 대항하기 어려운 마당에 이기심을 버리지 않았으니 상생을 이룰 리 만무했다.

수도권 인사들의 일극주의 사고는 더 심각한 원인이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다. 가덕신공항 추진이 이렇게 지지부진한 요인은 여러 가지이지만, 가장 핵심적인 게 인천국제공항 위주의 공항 정책이 아닐 수 없다. 어차피 자리도 못 잡을 지방 공항 때문에 인천공항의 경쟁력마저 떨어진다는 그들의 그릇된 계산이 가덕신공항 건설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다. 부·울·경 초광역화를 위해 국제공항이란 시설이 필수적인 걸 생각하면 분통이 터지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부산일보는 창간 기념일을 맞아 수도권의 그러한 횡포를 좌시하지 않겠다는 각오를 다진다. 물론 동남권 내부의 소지역 이기주의도 모른 체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엔 시대적 흐름에 맞춰 ‘디지털 퍼스트‘를 모토로 하고 있는 부산일보의 질적 변화도 함께한다. 지난달 지역 언론 최초로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자 100만 명 시대를 연 저력 역시 동남권 초광역화 시대의 서막을 여는 힘으로 작용할 게 분명하다. 동남권 최대 부수를 자랑하는 종이 신문은 물론 유튜브, 네이버 TV, 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지역 언론의 사명을 다하겠다는 것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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