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만 바라본 부산관광, 유통기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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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사태는 ‘관광도시 부산’에 위기가 될 수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도 있다. 10일 오후 부산의 대표 관광지인 사하구 감천문화마을을 찾은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정종회 기자 jjh@

코로나19 사태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분야는 단연 관광이다. 하지만 확실한 건 코로나로 억제된 여행욕구가 반드시 발현되리라는 점이다. ‘관광도시’ 부산이 그때 어떤 위치에 있을지는 코로나 태풍의 눈 속에 있는 지금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 기사 4·5면

“코로나 완전 종식 안 되더라도
여행욕구 국내 관광으로 쏠려”
속초 등 자연친화 관광 도시 약진
‘힐링·언택트’로 새 활로 찾아야

■기회보다 위기에 가까운 관광부산

관광은 ‘회복탄력성’이 굉장히 높은 산업이다. ‘보복 소비’처럼 ‘보복 여행’도 실현 가능성이 크다.

동서대 권장욱(관광경영학) 교수는 “코로나처럼 똑같은 패턴이 반복되거나 오랫동안 지속되면, 여행에 대한 욕구가 국내 관광을 중심으로 실현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렇다면 부산은 몰려드는 국내 여행객을 양팔 벌려 맞이하면 되는 걸까. 그렇지 않다. 적어도 지금까지 ‘위드 코로나’ 시대의 관광업계 흐름은 부산에 기회보다는 위기에 가깝다.

컨슈머인사이트에 따르면 부산은 ‘가 보고 싶은 관광지’ 조사에서 6월 셋째 주 이후 30%대 응답률을 기록하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제주와 강원이 50%대 응답률로 증가세에 놓인 것과 대조적이다. 속초, 강릉, 여수, 고성, 가평 등 자연친화적인 소도시의 약진에 몸집만 큰 부산은 제대로 된 대응을 못하고 있다.

영산대 김기헌(전시컨벤션학과) 교수는 “부산의 고질적 약점인 도시 브랜드의 구축과 홍보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온라인 채널로 브랜딩 강화

위드 코로나 시대의 관광시장을 선점하려면 도시 브랜드 구축이 필수적이다. ‘여름 하면 해운대 바닷가’를 외치던 여행 공식은 양양에 밀리고 제주에 치여 유통기한이 끝나간다.

브랜드 이미지는 타깃의 성별, 연령, 국적 등에 따라 세분화해야 한다. 한국관광공사가 지난달 공개해 유튜브에서만 3000만 조회 수를 바라보고 있는 부산 홍보 영상은 성공사례 중 하나다. 한국관광공사 조윤미 부산울산지사장은 “동남아와 중화권의 20~30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영상이 큰 호응을 얻었다”며 “코로나가 끝나면 반드시 여행하고 싶은 도시로 언급될 수 있도록, 다양한 채널을 통해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SNS를 중심으로 한 온라인 채널 경쟁에서 수도권이 아닌 ‘지역’이라는 점은 더 이상 핑곗거리가 못 된다. 이영근 한국스마트관광협회장은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지역 여행사들이 수도권의 메이저 업체들에 종속되는 고리를 완전히 끊어야 한다”고 말했다.

■나눠 먹기식 지원은 공멸 지름길

여행 심리가 회복될 때까지 브랜드 구축 등 갖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지역 업체들에는 사실 그럴 여유가 부족하다. 부산에는 영세업체를 포함해 1500여 개의 여행 관련 업체가 있지만, 이 가운데 80% 이상이 휴업을 하거나 사실상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질 정도다.

랜선여행, 3~5인 소규모 투어 프로그램 등 대안으로 언급되는 방안이 있지만, 이런 상품들이 실질적인 수익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운 구조다. 업체들은 명맥을 이어야 하기에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투어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아웃바운드 여행사들이 국내 여행으로 영역을 바꾸다 보니 출혈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런 위기일수록 ‘선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게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의 목소리다. 부산의 한 여행사 대표는 “100만~200만 원 정도의 지자체 지원금만 바라보며 손 놓고 있는 여행사 사장도 많다”며 “모두에게 공평한 지원을 하는 것은 한계기업만 양산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광업계 관계자는 “힐링, 언택트 등 새로운 여행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시도를 하려는 기업들에 선별적 지원을 하는 ‘핀셋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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