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우의 '본 보야지'] 탈출로 없는 여행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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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부 레저팀 선임기자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여행업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국내여행으로 눈길을 돌렸다. 외국에 나갈 수 없는 관광객들이 국내여행으로 대리만족을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7월까지만 해도 청정지역으로 알려진 강원도는 서울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넘쳐 날 지경이었다.

하지만 8월 들어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여행업계의 국내여행 기대는 물거품이 됐다. 가장 먼저 순항하는 것처럼 보이던 국내선 항공시장이 타격을 받았다.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국내선 여객 수도 감소세로 돌아선 것이다.

한국공항공사 에어포털 통계자료에 따르면, 8월 넷째 주(8월 24~30일) 국적항공사의 국내선 여객수는 총 43만 7533명으로 8월 셋째 주(66만 7665명)보다 34.4% 감소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외에 여름 휴가기간이 끝났다는 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여행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항공권 취소 사례도 늘고 있다. 항공사들은 이 때문에 운항 편수를 다시 줄여야 할 형편이 됐다. 추석 연휴에 기대를 걸지만 귀향하지 않는 사람이 어느 해보다 많을 것으로 보여 항공사에는 큰 타격이 될 전망이다.

지난 2월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여행업계는 큰 타격을 받았다. 한국관광공사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등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국내 관광 수입은 11억 9000만 달러(약 1조 4158억 원)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8.6%나 감소했다.

한국여행업협회(KATA) 여행정보센터의 ‘여행사 인·허가 정보’에 따르면 지난 7개월 동안 전국적으로 무려 730개에 이르는 여행사가 폐업하거나 휴업했다. 지금까지 근근이 버티던 업체들도 쓰러지기 일보 직전이다.

한 대형 여행사는 견디다 못해 직원 3분의 1을 내보내기로 하고 희망퇴직 절차를 밟기로 했다. 정부의 무급휴직 지원금 대상에서 제외되는 바람에 월급을 줄 수 없게 됐기 때문이었다.

일부 여행업체는 대안으로 새로운 간접여행을 도입하기도 한다.가이드가 90분간 화상회의 방식을 통해 간접 여행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초창기에는 호기심에 고객을 끌어 모을 수 있겠지만 코로나19가 더 장기화하면 얼마나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여행의 묘미라는 게 실제 현장에 가서 분위기를 느끼고 음식을 먹어 보고 실제 체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여행업계가 더 괴로워하는 것은 해결책이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 이후의 여행 흐름이 지금과는 많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게 대부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여행업계가 적응할 수 있을지도 알 수 없다. 힘들고 어려운 세상이다. le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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