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온라인·대행 성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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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 국가 조선에서 효는 성리학적 윤리의 핵심 요소였다. 부모 사후 장사를 지내고 제사를 올리는 일이 생시에 부모를 섬기는 것과 달라서는 안 된다. 가정에서의 효가 곧, 나라를 위한 ‘충’이다. 조상이 누운 자리를 들여다보는 성묘는 말하자면, 인간의 마땅한 도리. 이 전통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남아 있다.

우리 조상들이 성묘를 반드시 추석 때만 한 것은 아니다. 햇과일과 곡식을 주로 바치는 한가위 외에도 겨울 동안 찾아뵙지 못한 조상에게 인사드리기 위해 한식날에도 성묘를 했다. 일부 사대부 중에는 한가위 성묘를 중시하지 않은 이들도 있었다. 남다른 의지가 있어서가 아니다. ‘중국에 없는 예법’이라는 게 이유다. 조선 후기 실학자 안정복은 그 고지식함을 개탄했다. “한가위 성묘는 가야 시대부터 내려져 온 우리 고유의 풍속이다.” 어쨌든 하나의 문화가 절대적인 것은 아닐 것이다. 모든 것은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뀐다.

누천년을 이어온 우리 성묘 전통이 바로 지금, 근본적인 변화의 시기를 맞고 있다. 역시 코로나 사태가 부른 비대면 문화의 영향이다. 올해 추석엔 고향 방문과 원거리 이동을 자제해야 하는데, 덩달아 기존 성묘 문화도 바뀔 수밖에 없게 됐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게 사이버 차례상을 차리고 헌화와 분향도 할 수 있는 ‘온라인 성묘’다. 보건복지부의 ‘e하늘장사정보시스템’을 비롯해 곳곳에서 온라인 서비스가 선보이는 중이다. 부산 영락공원과 추모공원도 온라인 성묘를 검토 중이라고 한다. 최근에는 아예 성묘 자체를 대행하는 서비스까지 생겨났다는 소식이다. 사정이 여의치 못한 유족을 대신해 납골당 참배를 거행하고 그 모습을 사진으로 보내준단다. 모두가 전에 없던 풍경들이다.

공자는 논어 팔일편에서 ‘내가 직접 참여해 제사를 지내지 않았다면, 그것은 제사를 지내지 않은 것과도 같다’고 했다. 저 말은 꼭 참석해 제사를 지내야 함을 강조한 것으로 보이지만, 제사에 참례하는 태도는 형식이 아니라 경건한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가르침으로 읽어도 무방하다. 조선 시대에도 재해가 있을 땐 제사나 차례를 생략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기록들이 여러 문헌에 남아 있다. 국난을 이유로 명절을 간략하게 보낸 전례가 없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지금의 온라인 성묘가 전통을 잘 계승하는 건지, 그저 구색 맞추기에 불과한 건지는 잘 모르겠다. 성묘의 본질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없지는 않을 테지만 말이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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