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사과한 날 아들 늑장 조사… 秋風에 의혹만 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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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법무 아들 특혜 휴가 공방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이 진행되는 중 물을 마시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검찰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휴가 특혜’ 의혹과 관련해 8개월째 미적대던 수사에 뒤늦게 시동을 걸었다.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동부지검은 “지난 12일 추 장관의 전 보좌관 최 모 씨를 불러 조사한 데 이어 13일에는 서 씨를 불러 피고발인 자격으로 조사했다”고 14일 밝혔다.

서 씨는 2017년 주한 미8군 한국군지원단 소속 카투사로 복무하면서 2차례나 휴가를 나간 뒤 무단으로 휴가 복귀를 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는 군무이탈죄에 해당하는 행위지만 제대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당시 추 장관의 보좌관이었던 최 씨가 군부대에 전화를 하는 등 외압을 행사한 정황도 포착됐다.

페이스북 입장문 “송구스럽다”면서
“휴가 절차 어길 이유 전혀 없다” 강변
검찰, 배당 8개월 만에 서 씨 소환
지역대장·부대 지원장 다시 조사
윤석열 총장 사건 보고조차 못 받아
폭로 당직 사병 ‘신고자’ 보호 요청

올 1월 당시 미래통합당이던 국민의힘은 이 같은 의혹과 관련해 추 장관을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사건 진행은 지지부진했다. 이번 서 씨 소환으로 서울동부지검은 사건 배당 후 무려 8개월 만에 당사자를 불러들인 셈이 됐다.

이날 서 씨는 조사 과정에서 제기된 의혹에 대해 ‘위법 사실은 없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서 씨가 검찰에 피고발인으로 소환된 당일 추 장관은 아들의 특혜 의혹에 대해 SNS에 입장문을 발표했다. 그는 입장문에서 “제 아들의 군 복무 시절 문제로 걱정을 끼쳐 송구스럽다”면서도 “아들이 휴가 관련 절차를 어길 이유가 전혀 없었다”고 항변했다. 그리고 “검찰은 누구도 의식하지 말고 오로지 실체적 진실을 밝히라는 국민의 명령에만 복무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 같은 추 장관의 입장 정리에도 불구하고 엄마가 입장문을 발표한 날에 공교롭게 아들이 ‘지각 소환조사’를 받은 상황을 세간에서는 적지 않은 의구심을 품고 바라보고 있다.

게다가 정작 사건을 총괄해야 할 윤석열 검찰총장은 제대로 된 보고도 받지 못했고, 서 씨의 병적 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이뤄진 삼성서울병원 압수수색 소식 등도 한 달이 지난 후에 인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추 장관은 ‘아들 관련 사건 보고를 받지 않겠다’는 등의 발언으로 아들의 수사와 선을 긋고 있지만 사실상 일선 수사팀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사건에 개입하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지는 이유다.

수사 보고를 패싱당한 윤 총장은 서 씨의 의혹에 대해 “바르게 수사될 수 있도록 보고를 잘 받으라”고 대검찰청 내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뒤늦게 본격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서 씨 외에도 당시 서 씨가 복무한 군부대 지역대장이었던 예비역 중령과 부대 지원장교, 서 씨의 미복귀 보고를 받았다는 당직 사병도 잇달아 불러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지역대장과 지원장교는 3개월 만에 다시 검찰에 재소환되는 곤혹을 치렀다. ‘추 장관의 보좌관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 있다’는 취지의 진술을 지원장교가 앞선 조사에서 남겼지만 이 진술이 조서에서 누락된 것으로 확인되자 서울동부지검이 부랴부랴 진술 확보를 하겠다며 이들을 다시 불러들인 것.

게다가 아들의 휴가 미복귀 특혜 의혹 이외에도 용산 배치와 통역병 선발 과정의 청탁 의혹, 딸의 프랑스 비자 발급 청탁 등 추 장관 부부가 부정하게 여러 차례 청탁을 한 의혹이 있다는 고발이 이어지고 있지만 20여 건에 가까운 이 고발 사건들은 대부분 서울동부지검에 배당될 예정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왜 굳이 이런 식으로 사건을 짜맞춰 놓고 진행한다는 의혹을 살 행동을 대놓고 계속 벌이지는지 모르겠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한편, 서 씨의 휴가 특혜 의혹을 폭로한 카투사 당직사병은 이날 국민권익위원회에 공익신고자 보호 요청을 했다.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지난 12일 개인 SNS에 이 사병의 실명과 얼굴 등을 폭로한 이후 이 사병이 ‘사이버 테러’를 받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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