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의 여인’ 이미림 만든 18번 홀 기적의 칩인 이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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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림이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에서 열린 LPGA 투어 ANA 인스피레이션에서 우승한 뒤 입수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칩인 이글이 이미림(30)을 ‘호수의 여인’으로 만들었다.

이미림이 극적인 18번 홀(파5) 칩인 이글을 앞세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ANA 인스피레이션(총상금 310만 달러) 정상에 올랐다. 생애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이다.

이미림은 1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 미라지의 미션 힐스 컨트리클럽(파72·6763야드)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1개를 묶어 5언더파 67타를 쳤다.

메이저 ANA 인스피레이션
18번 홀 이글로 공동선두 도약
코르다·헨더슨과 연장전 돌입
18번 홀 1차 연장 버디로 우승
LPGA 대회 통산 4승 달성

최종 합계 15언더파 273타를 기록한 이미림은 넬리 코르다(미국), 브룩 헨더슨(캐나다)과 함께 공동 1위로 연장전에 돌입했다.

18번 홀에서 열린 1차 연장에서 이미림은 유일하게 버디를 잡아 우승 상금 46만 5000달러(약 5억 5000만 원)의 주인공이 됐다. 지난해 고진영(25)에 이어 이 대회 우승은 2년 연속 한국 선수 차지가 됐다.

이번 우승으로 이미림은 2017년 3월 KIA 클래식 이후 3년 6개월 만에 LPGA 투어 4승째를 메이저 우승으로 장식했다.

이미림의 우승은 앞서 진행된 4라운드 18번 홀 그린 뒤에서 시도한 칩인 이글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선두였던 코르다에게 2타 뒤져 있던 이미림은 18번 홀 두 번째 샷이 그린을 넘겨 펜스 근처까지 가는 바람에 우승과 거리가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이미림이 시도한 내리막 칩샷이 두 번 정도 튀긴 후 굴러가다가 깃대를 맞고 그대로 홀 안으로 들어가는 극적인 이글이 되면서 코르다와 15언더파로 동률이 됐다. 챔피언조에서 경기한 코르다는 18번 홀 파로 타수를 줄이지 못했고, 코르다에게 1타 뒤져 있던 헨더슨은 버디를 잡으며 3명이 연장전에 들어갔다.

이날 경기에서 이미림은 칩인으로 홀 아웃을 하는 장면을 세 번이나 연출했다. 먼저 6번 홀(파4)에서 그린 주위에서 오르막 칩샷으로 버디를 낚은 이미림은 16번 홀(파4)에서도 좀 더 긴 거리의 칩인 버디를 만들어 냈다.

이 두 장면만 해도 ‘행운이 따랐다’는 평을 들을 만했지만, 이미림은 18번 홀에서 기적 같은 칩인 이글을 잡아낸 것이다.

연장전에서는 이미림과 헨더슨의 우승 경쟁으로 압축됐다. 3타 만에 공을 그린에 올린 코르다는 먼저 약 6m 버디 퍼트가 빗나가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약 2m 남짓한 헨더슨의 버디 퍼트가 왼쪽으로 빗나갔고, 그보다 조금 짧았던 이미림의 버디 퍼트는 홀에 들어가며 승부가 마무리됐다.

이 대회 전통적인 우승 세리머니 ‘포피스 폰드’에 뛰어드는 장면에서 이미림은 캐디와 함께 나란히 물에 뛰어들며 올해 ‘호수의 여인’이 됐다.

이미림의 우승으로 LPGA 투어에서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 대회 우승 행진이 10년 연속 이어지게 됐다.

김진성 기자 paper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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