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해양연구船, 현장 데이터로 온난화 확인 ‘성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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쇄빙연구선 아라온호에서의 북극 항해 현장연구 활동 모습. 극지연구소 제공

지구온난화 등의 영향으로 북극해 입구의 바다얼음이 거의 녹아 있는 현장을 국내 유일의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확인했다. 그런가 하면 해양조사선 이사부호는 올해 필리핀 해역의 표층 온도가 지난 3년 평균수온보다 1도가량 높아진 사실을 밝혀냈다. 최근 대형태풍 등 원인이 되는 지구촌의 기후변화가 우리 조사·연구선에 의해 현장에서 데이터로 속속 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산하 극지연구소는 국내 유일 쇄빙연구선 아라온호가 11번째 북극 항해를 마치고 지난 14일 광양항으로 돌아왔다고 15일 밝혔다.


아라온호, 북극해 입구 해빙 규모 관측
7월 관측값으로 가장 작은 규모 기록
북극해빙은 태양빛 반사 기온조절 역할
이사부호, 북서태평양 해역 고온 확인


아라온호는 지난 8월 초, 북극해 태평양 방향 입구인 축치 해를 지나며 해빙이 거의 녹아 있는 것을 확인했다. 다른 북극 바다도 이전 항해와 비교했을 때, 해빙 면적이 예년보다 눈에 띌 정도로 줄어 있었다.

북극 해빙은 태양 빛을 반사해 지구의 기온을 조절하고 대기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는데, 지구온난화 영향으로 지속해서 감소하고 있다. 지난 7월 북극 해빙 면적은 인공위성 관측이 시작된 뒤, 7월 관측값으로는 가장 작은 규모를 기록하기도 했다.

아라온호 북극항해 연구팀은 동시베리아해에서 시작해 북위 74도부터 80도까지 600여km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수온과 염분 등을 관측했다. 5년 만의 장거리 관측으로 200마이크로미터(㎛) 미만의 소형 동물플랑크톤도 처음 채집했다. 시·공간 간격을 두고 채집한 정보는 북극 바다 환경 변화와 온난화 영향을 분석하는 데 활용될 계획이다.

연구팀은 북극해로 접어들기 전, 베링해의 주요 해류가 통과하는 지점 해저면에 음향 관측장비를 설치, 해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관측망을 구축했다. 수집된 자료는 한반도 주변 바다 고수온 현상의 원인을 분석하는데 활용된다.

앞서 KIOST는 지난 11일 발표한 자료를 통해 최근 대형태풍의 발생 원인으로 북태평양 필리핀 해역의 고수온 현상을 꼽았다.

KIOST 해양조사선 이사부호는 지난달 북서태평양 해역 55개 지점에서 해양·기상 센서 탑재 파랑글라이더, 표층 뜰개, 부유 승강로봇 등을 동원해 수온과 염분을 측정했다. 조사 결과 수심 50m까지 표층 평균 수온이 섭씨 영상 30도로, 29도 안팎이던 지난 3년간 8~9월 평균 수온 보다 섭씨 1도가량 높아진 것을 확인했다.

이 고수온대가 최근 한반도를 휩쓸고 간 제9호 태풍 ‘마이삭’, 제10호 태풍 ‘하이선’ 발달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다.

태풍은 매년 여름부터 가을 사이 북서태평양에서 표층 수온이 26도 이상일 때 바다의 따뜻한 수증기를 공급받아 형성된 열대 저기압이 지속되면서 발생한다. 폭풍우를 동반한 태풍은 고위도로 북상하며 고수온층 소용돌이를 만나거나 쿠로시오 해류를 통과하면서 급격히 강해지기도 한다. 상층 고수온 현상이 계속된다면 대기는 해양으로부터 지속적으로 수증기를 공급받고, 태풍의 발생빈도가 잦아지거나 강도가 강해지는 원인이 되는 것이다.

해양수산부로부터 ‘북서태평양 해양·대기 상호작용과 태풍 급강화 현상 연구’ 과제를 받은 KIOST는 이번 조사를 통해 해양 열에너지와 수온 등 해양 기상에 대한 면밀한 관찰이 태풍 발생 연구와 기상 예측의 정확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라는 점을 확인하고 지속적인 조사·연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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