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산길 산책하며 생태·예술 체험하세요"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문화예술단체 '실험실 씨'(Lab C) 박미라 대표·김혜경 아트 디렉터

부산 동구 수정산에서 진행된 예술 산책 프로젝트 ‘소요의 시간’을 기획한 문화예술단체 ‘실험실 씨’의 박미라(왼쪽) 대표와 김혜경 아트 디렉터. 강선배 기자 ksun@

“부산의 보석 같은 이야기를 예술로 풀어내고 싶어요.”

문화예술단체 실험실 씨(Lab C)의 박미라(43) 대표와 김혜경(42) 아트 디렉터는 이렇게 말했다. 실험실 씨는 최근 수정산에서 열린 예술 산책 프로젝트 ‘소요의 시간’(부산일보 9월 8일 자 18면 보도)을 기획했다. 2018년 설립 이후 지역 연구와 예술을 결합한 활동을 해 왔다.

박 대표는 서울, 김 디렉터는 경기도 군포 출신이다. 2016년 김 디렉터가 일맥문화재단 소속 큐레이터로 부산에서 일하게 되면서 삶터를 부산으로 옮겼고, 그때부터 부산과 인연이 시작됐다. 당시 김 디렉터는 일맥문화재단이 만든 비영리 민간단체 ‘초량 1925’의 지역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고, 오랜 친구 사이인 박 대표도 스태프로 참여했다.

수정산 등서 '소요의 시간' 프로젝트
전국 예술가 힘 모은 '독특한 복합예술'
"가을산책 이후 천마산 등으로 확장

김 디렉터는 “‘초량 1925’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지역을 바라보는 다른 시각을 갖게 됐다”면서 “이후 퇴사를 결정하면서 뭘 할까 고민하던 중에 당시 박 대표가 공부하고 있던 숲 해설과 지역 연구를 결합하면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되겠다는 생각에 실험실 씨를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대표는 환경공학을 전공하고 전혀 다른 일을 하다가 부산에 오면서 숲 해설 공부를 시작했고, 지금은 엄연한 숲 해설가가 됐다. 두 사람은 실험실 씨를 함께 설립하고, 부산에서 활동하는 독립 큐레이터, 예술가와 힘을 합친 ‘소요의 시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지난해 구봉산에 이어 올해 수정산 ‘소요의 시간’을 기획하고 진행 중이다.

지역 연구를 바탕으로 예술가는 작품을 만들고 설치하고, 참여자는 수정산을 함께 걸으며 생태 환경과 예술을 체험하는 프로젝트다. 지난 4~6일 열린 여름 산책은 성공적으로 끝났고 호평을 받았다. 구족화가, 무용가, 음악가, 설치 미술 작가, 드로잉 작가 등 부산과 전국에서 온 각 분야 예술가가 참여해 그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복합 예술이 탄생했다.

이를테면 이번 산책에서 전시한 전지 작가의 ‘아-소리 나는 그 일들’ 드로잉 작품 20점은 수정동 출신 김정순 씨의 수필집 <가대기 노래>에서 영감을 받았다. 가대기는 항구의 인부 하역 작업을 뜻한다.

지역, 예술뿐만 아니라 생태도 프로젝트의 큰 축이다. 박 대표는 “숲 해설을 기획하면 보통 힐링을 떠올리는 사람이 많지만, 소요의 시간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 온난화로 변해 가는 숲과 위기에 대해 약간의 불편함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험실 씨는 수정산 소요의 시간 가을 산책(31일~11월 1일)에 이어 초량동 일식 가옥에서 아카이빙 전시(31일~11월 7일)를 개최한다. 내년에는 천마산 등 다른 산으로 소요의 시간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김 디렉터는 “이방인의 시선으로 부산을 들여다보니 오히려 내가 살아온 어린 시절 기억, 고향 동네 모습과 공통점이 많아 놀랐다”면서 “부산만의 강하고 혼성적인 문화가 매력으로 다가왔고 외부인으로서 앞으로도 외부와 부산 예술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