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이 일상인 시대의 웃픈 현실… 생존 예능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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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위)과 ‘안 싸우면 다행이야’. SBS·MBC 제공
코로나19가 예능 프로그램 풍경을 바꾸고 있다. 바로 ‘생존 예능’이라는 새로운 트렌드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생존’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커지면서 재난 대처 정보를 다룬 예능 프로그램이 시청자의 주목을 받고 있다.

SBS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은 영리한 변주를 했다. 코로나 확산 이후 방송을 잠정 중단했던 방송은 약 두 달 만에 국내 오지 생존기로 주제를 바꿔 돌아왔다. 이른바 ‘정글의 법칙 인 와일드 코리아’다. 병만족으로 뭉친 방송인 김병만과 박세리, 박찬호, 허재, 허훈, 추성훈 등이 재난 속에서 살아남는 미션을 해결하는 내용이다.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생존 정보가 소개된다. 생존 키트 활용법과 원터치 요트 사용법, 물 정화법 등이다. 정글을 무수히 경험했던 김병만이 ‘가이드’로 변신해 생존 교육을 하는 점도 눈에 띈다. 시청자 반응도 좋다. 이 프로그램은 첫 회부터 시청률 두 자리를 돌파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재난 대비한 ‘생존 정보’ 다룬 예능 속속 등장
‘정글의 법칙’ 국내 오지 생존기로 주제 바꿔
‘안 싸우면 다행이야’ 축구 스타 무인도 생활
극한 훈련기 ‘나는 살아있다’ ‘가짜사나이’도

축구 스타 안정환과 이영표의 무인도 생활기도 전파를 탄다. 7월 파일럿으로 첫선을 보인 ‘안 싸우면 다행이야’라는 프로그램인데 10월 정규 편성이 확정됐다. 이 방송은 무인도를 찾은 두 사람이 자연인과 함께 생존에 나선 모습을 그린다. 두 사람은 앞선 방송에서 식량을 구하려고 밧줄 하나에 매달려 가파른 바위 절벽을 오르내리고 바다에 들어가는 등 생존을 위한 사투를 보여 눈길을 끌었다. 물고기를 낚고 홍합과 성게를 따고 칡 줄기를 캐서 먹는 등 극한 상황에 던져진 두 사람이 고군분투하는 모습은 색다른 재미를 준다. 여기에 무인도의 수려한 자연 경관은 코로나 장기화로 지친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볼거리를 전한다는 평을 받고 있다.

10월 처음 방송하는 tvN 새 예능 프로그램 ‘나는 살아있다’도 재난 상황에 맞서는 전사 양성 프로젝트다. 배우 김성령, 이시영과 코미디언 김민경 등 연예인 6명이 특전사 출신 교관에게 생존 훈련을 받는 게 주요 내용이다. 교관에는 특전사 중사 출신 박은하가 나선다. 박 교관은 전문적인 훈련은 물론 실제 재난이나 비상 상황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노하우를 전할 예정이다. 출연진은 박 교관에게 훈련을 받은 뒤 실제 재난 상황에 던져져 독자적인 생존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졌다.

웹 예능 ‘가짜사나이’도 대중에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튜버 6명이 해군 특수전전단(UDT) 출신 교관들에게 생존 훈련을 받는 내용의 이 콘텐츠는 첫 번째 에피소드로만 조회 수 1200만 정도를 기록했다. 기초 체력부터 달리기, 수영, 30시간 생존 교육까지 극한 훈련으로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뜨거운 반응에 한 케이블 채널에서는 이 콘텐츠 출연진을 섭외해 오리지널 생존 예능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다.

한 예능 PD는 “코로나 장기화로 우리가 어디에서 맞닥뜨릴지 모르는 재난 상황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런 상황들에 대처할 수 있는 정보가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색적인 볼거리를 다룬 방송보다 이들 프로그램이 시청률도 높아 아이디어 회의 때도 많이 나오고 있다. 다른 포맷을 가진 프로그램들도 특집 형식으로 다양한 변주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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