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추석’ 상여금 줄이고 쉬는 날 늘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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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시원하게 추석 상여금 주면 기분이 좋지요. 하지만 지금은 공장 유지하는 것도 벅차니….”

부산 강서구 자동차부품을 생산하는 A업체 대표의 말이다. A업체는 한때 잘나갈 때는 특별 보너스로 기본급의 200%를 주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하며 올해 추석 상여금은 지급하지 않기로 했다. A업체 대표는 “예전에는 특근비를 주고서라도 명절 연휴에 공장을 돌렸는데 요즘은 주 3일 돌리기도 버거워서 오히려 추석 연휴를 앞둔 월화 이틀 동안 공장도 쉬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산·울산 중소기업 149곳 설문
코로나에 자금난 호소 기업 늘어
기업 4곳 중 1곳 상여금 아예 없어
추석 휴무일 예년보다 많은 4.8일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곳은 A업체뿐만이 아니다. 섬유패션업종 B업체도 마찬가지다. B업체 대표는 “원래 섬유 쪽이 임금이 높은 편이 아니라 추석 상여금 등으로 사실상 임금을 보전해 줬는데 올해는 이마저도 어려울 듯하다”며 “직원들이 이직을 생각하는게 눈에 뻔히 보이는 데도 붙잡을 수단이 없다”고 말했다. B업체 대표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은행 문을 두드려보았지만 기존에 있는 부채 때문에 추가 대출도 어려웠다. B업체 대표는 “공장을 유지하면 할수록 적자만 쌓여 사업을 정리하고 공장을 파는 것도 진지하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영향으로 부산울산지역 중소기업 10곳 중 4곳이 추석 상여급을 지급하지 않거나 축소 지급할 계획인 것으로 드러났다.

16일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가 발표한 ‘2020년 추석자금 수요조사’ 결과에 따르면 경영곤란으로 인해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는 업체는 25.5%에 달했다. 지난해에 비해 축소지급을 하겠다고 응답한 업체도 11.4%나 됐다. 아직 결정을 하지 못한 업체도 17.4%였다.

자금곤란을 호소하는 업체도 63.1%나 돼 추석 상여금을 지급하지 않을 업체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 중소기업중앙회 부산울산본부 관계자는 “자금난을 호소하는 업체는 지난해 추석기간 58.0%에 비해 5.1%포인트(P) 늘어난 수치로 적극적인 중소기업 지원 금융정책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자금 곤란의 이유는 코로나19 영향이라고 답한 업체가 95.7%나 됐다.

자금곤란을 호소하는 업체가 늘어나고 있지만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 여건이 ‘곤란하다’는 응답은 38.3%로 ‘원활하다’(11.4%)보다 3배 이상 높게 나타났다.

금융기관을 통한 자금조달의 어려움은 매출액 등 재무제표위주 대출(37.6%), 신규대출 기피(32.9%), 부동산 담보 요구(22.1%) 등으로 나타났다.

중소기업중앙회 김기훈 부산울산지역본부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로 수출과 내수 부진은 물론, 추석자금 확보도 곤란을 호소하는 심각한 상황이다”며 “최근 결정된 중소기업, 소상공인 대출상환 연장과 부산형 코로나 긴급자금 지원 등 자금지원 방안이 계속 이어져 어려움을 겪는 지역 중소기업 운영에 숨통이 트이길 바란다”고 밝혔다.

휴무일은 평균 4.8일(주말 포함)로, 작년 평균 휴무일 3.9일보다 높았다. 이는 올해 추석 연휴가 하루 늘어난 데다 경영 환경이 악화돼 정상적으로 공장을 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사는 부산, 울산 중소기업 149개 업체를 대상으로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진행됐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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