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 김해신공항案 ‘국제기준 소축척 지도’ 안 쓴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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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지는 김해신공항 검증 발표

국무총리실 재검증위원회가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 사용된 지도의 적절성 여부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해국제공항 국제선 청사 모습. 정종회 기자 jjh@

김해공항 확장안(김해신공항)의 적합성을 판정하는 국무총리실 재검증위원회가 유엔 산하 전문기구인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국토교통부가 수립한 김해신공항 기본계획안에 사용된 지도의 적절성 여부를 물은 것으로 17일 전해진다. 국토부는 기본계획에서 5000분의 1(1:5000) 대축척 지도를 쓴 것(부산일보 7월 15일 자 1면 보도)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검증위 안전분과는 국토부가 소축척 지도인 25만분의 1(1:25만) 지도를 사용하지 않은 점에 대해 ICAO에 자문을 한 것으로 보인다.

지도 축척이 달라지면 상세도가 바뀌면서 항공기 운항을 위한 좌표와 비행 해발고도 등이 크게 틀어진다. 정밀한 지도인 대축척 지도로 보면 비행 시 장애물의 대상과 소음구역의 구체적인 가옥 수를 면밀하게 찾을 수 있지만 반대로 항공기의 안전을 따질 때는 소축척 지도를 사용하는 것이 국제기준이다. 정밀한 지도로 장애물을 표시하면 비행계획을 짤 때는 세밀하게 안전한 길을 그릴 수 있지만, 실제 비행에서는 기상 등에 따라 시야가 달라질 수 있어 소축척 지도를 통해서도 안전을 담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 5000분의 1 축척 사용
ICAO는 25만 분의 1 축척 권장

신공항 비행절차 소축척 적용 땐
안전상 심각한 문제 돌출 가능성

검증위, ICAO에 적절성 여부 문의
‘회신 내용’ 막판 핵심 변수 될 듯

ICAO도 비행수립절차를 만들 때 25만분의 1의 소축척 지도를 권장하고 있다. 김해신공항안의 비행절차를 소축척 지도에 적용할 때 안전상 심각한 문제가 드러날 수 있다는 점에서 국토부가 소축척 지도를 의도적으로 사용하지 않았다는 추측도 가능하다. 사용지도 적합성에 대한 ICAO의 판단이 안전 분과 결론은 물론 검증위 최종보고서 방향에 핵심 변수가 될 수 있는 셈이다.

검증위 내부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여러 가지 비행절차를 결정하는데 보통은 25만 분의 1 지도를 사용해서 결정하는데 국토부는 5000분의 1 지도를 사용했고, 이에 대한 문의를 ICAO에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한 전문가는 “사용지도 축척에 따라 장애물 대상과 숫자가 달라질 수 있다”며 “가령 5000분의 1지도에서 보이지 않던 문제가 다른 지도를 적용했을 때 돌출될 수 있다는 뜻”이라고 했다.

ICAO 답변이 검증위 판단에서 핵심 변수라는 사실은 정세균 국무총리 발언에서도 엿볼 수 있다. 정 총리는 지난 16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검증 진행 상황을 묻는 질의에 “ICAO에 질의한 내용이 안 왔다”고 언급했다. 김해신공항 검증작업이 늦어지는 주요 이유로 ICAO의 ‘회신’을 총리가 직접 거론한 것은 그만큼 그 내용이 중요할 수 있다는 의미로 비친다.

다른 관측도 있다. 부산시 관계자는 “ICAO에 어떤 내용을 문의했는지, 국토부를 통해 회신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며 “검증위가 유일한 민간항공국제기구인 ICAO에 물은 것은 검증 과정에서 절차적인 행위로 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검증위가 국제 전문기구를 통해 절차적 정당성을 마련했을 뿐, 검증에 미치는 영향은 적다는 얘기다. 다른 관계자는 “이미 공개된 ICAO 매뉴얼을 적용해서 검증하면 될 일이고, 그 매뉴얼에 따라 국내법(공항설치법)이 있는데 굳이 검증위가 ICAO에 무엇을 물은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검증 명분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도 든다”고 했다.

일부에선 ICAO가 국제기구이지만, 국토부의 의지를 반영해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ICAO 대표부 공사참사관도 국토부 국장급이 맡는 자리다. ICAO 관련 업무를 위해서는 국토부를 ‘거쳐야’ 한다는 말이다. 검증위의 이번 문의도 국토부가 대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증위는 이달 중으로 4개 분과가 모두 참여하는 총괄 회의를 진행한다. 이 회의를 통해 분과별 보고서를 취합하고 최종 보고서 작성 방식, 발표 형식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증위는 보고서에 개별 위원 의견을 모두 반영하는 방안과 종합 의견만 담는 방안을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증위는 안전, 소음, 환경, 시설·운영·수요 4개 분과로 각각 5명의 검증위원과 김수삼 위원장 등 총 21명으로 구성됐다. 발표 시기를 두고는 정 총리가 국회에서 ‘9월 말 결론’을 언급하면서도, 검증위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 확정적인 발표 시기는 못 박을 수 없다고 밝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황이다.

민지형 기자 oa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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