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中企, 선박 직각 벽 타고 넘는 ‘스파이더 로봇’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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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S테크놀로지 직원들이 크롤러를 이용해 선박 내부 벽면의 두께를 측정하고 있다. HS테크놀로지 제공

HS테크놀로지가 개발한 크롤러 ‘AZY’. HS테크놀로지 제공
부산의 한 선박검사기업이 90도로 꺾인 두 개의 벽면을 자연스럽게 타고 넘으며 벽 두께를 측정하는 ‘스파이더 로봇’을 개발·상용화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90도로 꺽인 벽을 타고 자유롭게 이동하는 이러한 기술은 미래 ‘선박 원격검사’에 필수적인 것으로, 한국의 선박검사 수준을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부산 사상구에 위치한 HS테크놀로지는 최근 선박 내·외부 벽을 타고 돌아다니며 벽면의 두께를 측정하는‘크롤러’ AZY의 3개 모델를 개발했다고 20일 밝혔다. 세 모델은 각각 벌크선·유조선·대형 상선을 검사하는 크롤러로, 세 모델 모두 직각으로 꺾인 두 개의 벽면을 자연스럽게 넘나드는 기술이 적용됐다.

HS테크놀로지, 선박 벽 두께 측정
‘크롤러’ AZY 시리즈 개발·상용화
높고 깊은 곳 ‘원격 로봇’이 검사
세계적 대기업도 해결 못 한 난제

크롤러는 드론과 더불어 ‘선박 원격검사’의 2대 대표장비로, 사람이 직접 측정하기 어려운 선박의 높고 깊은 곳까지 로봇이 제 혼자 벽을 타고 찾아가 해당 목표지점 벽면의 두께를 측정한다. ‘선박 원격검사’란 사람(검사원) 대신 로봇 등 장비가 선박의 상태를 측정하고, 사람은 선박이 있는 현장이 아니라 전혀 다른 곳에서 원격으로 측정된 자료를 제공받아 이를 분석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선박 원격검사가 이뤄지면 사람이 직접 선박을 검사하면서 생기는 안전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

이때문에 ‘선박 원격검사’는 최근 세계 선박검사업계의 화두이기도 하다. 국제선급연합회(IACS)는 2년전 내부 지침을 통해 ‘향후의 선박검사는 사람이 아닌 장비가 할 것’이라는 내용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에 유럽의 여러 선급업체들은 대기업들과 힘을 합쳐 원격검사에 필요한 기술 개발에 나서기도 했다. 유럽 다국적 기업들의 연구개발 프로그램인 ‘로빈슨 프로젝트’(2018~2020년)가 대표적인 예다.

‘로빈슨 프로젝트’에서도 크롤러 기술에 대한 연구는 큰 부분이다. 제너럴일렉트릭(GE)과 같은 대기업도 크롤러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그러나 90도로 꺾인 두 개 벽면을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크롤러 기술 개발의 큰 장벽이었다. 실제로 해당 프로젝트에서 최근 작성한 개발보고서에도 이러한 어려움을 과제로 지목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적 대기업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부산의 작은 검사업체인 HS테크놀로지가 해결한 것이다.

HS테크놀로지는 이달말께 한국선급에서 실시하는 4만 5000t급 선박 검사에 검사업체로 참여한다. 이번 검사에서 HS테크놀로지는 직접 개발한 크롤러를 통해 선박검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HS테크놀로지 김동찬 대표는 “지금은 판매보다 우선 자사가 실시하는 검사에 크롤러를 사용해 그 실적을 높이고 기술을 증명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종열 기자 bell10@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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