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 기업 위상 갈수록 추락, 대기업 유치 적극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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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권의 경제 발전을 이끄는 데 중심축이 돼야 할 부산 지역 경제가 수렁에 빠진 양상이다. 매출액 기준 전국 1000대 기업 중 부산 기업의 비중이 해마다 감소해 경제적 위상이 부끄러울 정도로 추락하고 있다. 더욱이 부산 최대 기업으로 국내 100대 기업 안에 드는 전국 94위의 르노삼성차는 판매 부진과 수출 급감의 영향으로 당분간 부산공장 조업을 중단할 위기에 처했다. 부산 3위이자 전국 234위로 부산 조선업을 대표하는 한진중공업은 이달 중 채권단에 의해 매각 절차가 시작될 처지에 놓였다. 부산경제 활성화를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1000대 기업 중 부산 34개 사 불과
고부가가치·IT 산업 육성 서둘러야

부산상공회의소가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1000대 기업 가운데 부산은 34개 사에 그쳤다. 부산의 전국 1000대 기업은 2015년 41개, 2016년 37개, 지난해 34개 등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55개 업체로 정점을 찍은 2008년과 비교하면, 절반에 가까운 21개나 줄어들어 하락세가 보통 심각한 게 아니다. 부산 34개 사의 총매출도 31조 7845억 원으로 1000대 기업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이는 서울의 2.2%, 인천의 55%, 경남의 61% 수준에 그칠 만큼 초라한 성적이다. 절반인 17개 사는 매출 순위가 전국 500위 밖으로 밀려나 부산 기업 위상이 말이 아니다.

르노삼성차의 경우 지난해 순위가 2018년에 비해 무려 17계단 떨어진 데 이어 올해 극심한 매출 부진에 따라 오는 25일부터 다음 달 18일까지 24일간 부산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했다. 순위가 18계단이나 하락한 한진중공업은 채권단이 차익을 노린 매각에 치중할 게 우려돼 회사 정상화가 가능할지 의문이다. 이 회사와 함께 한국 조선업의 상징인 대선조선도 조선업 유지에 부정적인 입장인 채권단에 의해 매각이 추진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의 대표 업종이면서 고용 창출 효과가 높은 자동차·조선산업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위기에 이래저래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런 침체 상황이라면, 내년에 부산의 전국 1000대 기업은 더 줄어들 수밖에 없고 100위 내 지역 기업의 명맥도 끊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들의 경쟁력 향상과 혁신 노력이 절실하다. 부산 34개 기업은 전통 제조업과 경기를 많이 타는 건설·운수업이 주를 이루는 점을 감안하면, 부산시와 지역 상공계가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구조 변화와 신성장 동력 육성에 힘을 모아야 할 때다. 4차 산업 관련 IT 기업 유치와 창업을 장려하고 규제를 개선하는 시책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실효성 있는 인센티브 제도를 통해 지역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대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는 게 중요하다. 부산경제가 활기를 되찾아 부울경 성장을 주도하며 수도권과 격차를 줄이게 되길 바란다. 정부가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할 수 있도록 부산 등 동남권 경제 육성을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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