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신공항, 도대체 컨트롤 타워는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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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세헌 사회부 행정팀장

김해신공항(김해공항 확장안) 검증 결과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국무총리실 산하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는 9개월이 넘도록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당초 올 4월 총선 전 결과 발표가 있을 거라고 예상했지만, 총선이라는 민감한 이슈와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시일을 넘겨버렸다. 총선이 끝난 지도 벌써 5개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합의 도출에는 시간이 걸리는 모양새다.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 내후년 대통령 선거와 지방 선거 등을 감안하면 올해가 신공항 문제를 결정하는 적기임에도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컨트롤 타워가 보이지 않는다.

우선, 김해신공항 폐지와 가덕신공항 건설을 주장하는 부산시부터 먼저 보자.

중심 역할 해야 할 부산시 책임 방기
전술 중구난방, 여론전은 능력 부족
국무총리는 무관심·무지·회피 일관
청와대, 책임 떠넘기고 정치적 계산만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2018년 시장 당선과 함께 다시 불을 지핀 가덕신공항 건설은 지난해 12월 김해신공항 재검증을 끌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재검증이 한창이었던 올 4월 오 전 시장은 성추행으로 부산시를 떠났다. 가장 강력한 주창자였던 오 전 시장의 무책임한 퇴진으로 가덕신공항에 대한 우려도 잠시 있었지만, 지역 경제계, 시민사회, 정치권 등이 합심이 돼 가덕신공항 건설에 한목소리를 냄으로써 순항하는 듯했다.

하지만 그 중심에 서야 하는 부산시가 그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의 말들이 쏟아져 나온다. 시는 당초 검증위의 조속한 결과 발표와 정책협의체 구성을 주장했다. 김해신공항안에 대한 기술 검증 결과를 검증위에서 발표한 뒤 이를 바탕으로 국무총리실, 부울경, 국토부 등이 참가하는 협의체에서 김해신공항 폐지와 유지 등을 바로 결정함에 동시에 폐지 땐 신공항의 입지까지도 결정하자는 것이었다.

최근에는 이 기조가 바뀌었다. 검증위의 조속한 결과 발표보다는 검증위에서 아예 김해신공항과 가덕신공항을 비교 검증해 어느 공항이 동남권 관문공항에 적합한지를 결정해 달라는 것이다. 그런데 손발이 맞지 않는다. 일부 국회의원과 지역 경제계,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여전히 검증위의 조속한 결과 발표를 주장하고 있다. 중구난방이다. 지역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시가 지역의 여론을 모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정부와 시민을 대상으로 김해신공항의 부적절성을 여론전으로 펼쳐야 할 시는 아예 손을 놓은 듯하다. 시는 올해 들어 김해신공항과 관련한 백브리핑을 단 한 차례 열었다. 안전, 환경, 수요 등에서 수많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는 김해신공항이지만, 시는 한 번의 브리핑에서 안전 문제 한 건만을 거론했을 뿐이었다. 시의 공항 담당자들은 뭘 하고 있냐는 볼멘소리가 시 내부에서조차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은 국무총리실이다. 국무총리실의 여러 기능 중 가장 중요한 기능이 조정 역할이다. 국토부와 부울경 지자체가 신공항 문제로 갈등을 빚자 이를 조정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국무총리실에서 검증위원회를 꾸리고 검증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정세균 국무총리의 지난 17일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은 신공항에 대한 무관심과 무지는 물론, 국무총리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망각하고 있는 듯하다.

전날 “검증 결과는 9월 말 발표할 것 같다”고 했다가 그다음 날 이를 부인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정 총리는 “정확하지 않다. 시기와 내용은 위원회에서 알아서 할 것이다. 전혀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보기에 따라서는 검증위의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회피하고 무관심한 것으로도 비친다. 정 총리의 무관심은 “가덕신공항 건설이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 아니다”라고 한 것에서 극에 달했다. 또 총리실이 조정·중재라는 심판 입장을 잊고 ‘가재는 게 편’이라고 같은 중앙부처인 국토부에 편향됐다는 말이 나온 지는 오래다.

마지막으로 청와대다. 신공항 문제를 국무총리실과 검증위원들에게 떠넘기고 팔짱만 끼고 있다. 이같이 중차대한 현안을 대통령의 눈치를 보지 않고 국무총리와 검증위원들이 단독으로 결정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든 게 우리나라 현실이다. 청와대에서조차 정치적 셈법만을 따지며 현실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부울경 시·도민은 무조건 가덕신공항으로 결정하라는 게 아니다. 안전 문제와 경제적 관점 등 논리를 잘 따져 동남권 관문공항을 건설하라는 것이다. 김해신공항이든 가덕신공항이든 어디가 됐든, 누군가는 컨트롤 타워가 돼 진전이 있어야 한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 속에 이리저리 튕겨지고 무관심 속에 방치된 것은 지난 20년이면 족하다. corni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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