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 시험 연 2회 확대’ 건축사 반발 확산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부산건축사회 김경만 회장이 21일 부산시청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이고 있다. 부산건축사회 제공

정부가 건축사 자격 시험을 올해부터 연 2회로 확대하고, 합격자를 대폭 늘린 데 대해 건축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자격 남발에 따른 덤핑 수주, 설계·감리 등의 질 저하, 공공적 가치 훼손 등을 이유로 내세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건축사 진입 장벽을 높여 ‘작아진 파이’를 지킬 것이 아니라, 설계비 증액 등 좀 더 근본적인 대책을 통해 건축사 시장을 정상화시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부산건축사회 김경만 회장은 21일 오전 10시부터 3시간 동안 부산시청 앞에서 건축사 자격 시험 확대에 반대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김 회장은 “건축사는 고도의 전문 지식과 도덕성, 소양이 요구되는 전문 자격자”라며 “성과 위주의 미흡한 검증으로 건축사 자격을 남발하면 과당 경쟁에 따른 덤핑 수주, 저품질의 건축물 양산으로 건축설계의 공공적 가치를 크게 훼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 공공가치 훼손 등 이유
대한건축사協 릴레이 시위
올해 합격자, 평년 4배 추정
‘파이 지키기’ 대신 본질 개선
설계비 증액 등 정상화 주장

김 회장의 이날 시위는 대한건축사협회와 전국 17개 시·도건축사회 차원에서 마련된 것이다. 건축사협회는 비상대책위를 꾸리고 청와대, 국회, 국토교통부, 전국 시·도청에서 1인 릴레이 시위를 벌인다. 오는 28일엔 국토부 청사 앞 대규모 시위를 예고했다. 앞서 지난해 5월 정부는 연 1회 실시하던 건축사 자격 시험을 올해부터 2회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올 6월 2일 건축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제도가 시행됐다. 연 2회로 확대되면 수험생들이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고, 매년 6~8월 시험 준비로 인해 겪던 건축사사무소의 인력난도 덜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연간 배출되는 건축사가 크게 늘고, 시험도 쉬워지면서 건축사 시장이 어지러워질 것이라고 건축사협회 측은 우려한다. 건축사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전국 건축사 자격자는 2만 4382명이고, 활동하는 건축사는 1만 6725명이다. 연 1회 시험 때 전국적으로 600~700명 정도가 합격했다. 그런데 올해 6월 실시된 1회 시험에 1306명이 합격했다. 오는 26일 실시될 2회 시험까지 합치면 평년의 약 4배가 배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1회 시험에서 합격자가 크게 는 것은 일단 응시자가 많았기 때문으로 건축사협회 측은 본다. 올해 1회 시험에는 7068명이 지원했다. 이는 건축 분야 유경력자(5년)가 예비시험(지난해 폐지)을 통해 건축사 시험을 칠 수 있는 시점이 2026년까지여서 응시자가 몰린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부터는 미리 예비시험에 합격한 경우가 아니라면 5년제 건축과를 졸업해 3년 실무경력을 쌓아야만 건축사 응시 자격이 부여된다.

건축사협회는 시험 자체도 쉬워졌다고 본다. 올해 합격률은 18.5%다. 절대평가로 8~10% 안팎에서 합격자가 배출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굉장히 높은 것이다. 건축사 시험은 ‘과목별 합격제’로 3과목 모두 합격해야 된다. 대지계획(배치계획·대지분석), 건축설계1(평면설계), 건축설계2(단면설계·구조계획)를 보는데, 3과목 중 일부만 합격한 경우 ‘5년 내 5회 시험’에서 해당 시험을 면제한다.

이에 대해 국내 한 대학 건축과 교수는 “진입장벽을 높여 ‘파이’를 지킬 것이 아니라 설계비 증액 등 좀 더 본질적인 문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는 시험을 어렵게 내서 합격자를 줄인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김마선 기자 ms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