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유의 트윈데믹 사태 올라” 의료계도 시민도 대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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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 백신 무료접종 중단

22일 부산 남구에 있는 한 병원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접종 일시 중단을 알리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질병관리청은 21일 “인플루엔자 조달 계약 업체의 유통 과정에서 문제점을 발견해 국가 인플루엔자 예방접종을 일시 중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대현 기자 jhyun@

“접종 대상 아이가 둘이라 꼭 맞혀야 했는데, 독감 무료 접종이 전면 중단돼 당황스럽습니다.”

부산 해운대구에 사는 이은정(46) 씨는 22일을 손꼽아 기다려왔다. 이날은 국가 차원에서 13세부터 18세까지 국민을 대상으로 인플루엔자(독감) 무료 예방접종이 시작되는 날. 이 씨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Twindemic)’을 우려해 누구보다 먼저 아이들에게 독감 백신을 맞히기로 했다. 그러나 백신 유통 체계에 문제가 생기면서 예고된 무료 접종이 전면 중단됐다. 이 씨는 “독감과 코로나19 증상이 비슷하다고 해서 독감 접종 날을 기다려왔다”며 “중요한 시점에 예방접종조차 제대로 처리 못하는 정부를 믿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백신 일부 유통과정 상온 노출
질병청 “문제 있다” 전면 중단
13~18세 대상 접종물량 문제
“접종 언제 되나” 학부모 발동동
이미 맞은 사람도 불안감 더해
지자체·지역 의료계 우왕좌왕
일부 유료 접종도 중단 ‘혼선’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 속 백신 관리 체계에 구멍이 뚫렸다. 독감 백신 무료 접종 중단 사태에 정부와 지자체가 우왕좌왕하면서 유료 접종까지 혼선을 빚고 있다.

22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브리핑을 열고 “조달 계약업체의 백신 유통과정에서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는 등의 사례가 신고됐다. 이날부터 국가 독감 예방접종은 품질이 확인될 때까지 일시 중단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문제가 된 백신은 22일부터 13~18세 국민을 대상으로 무료 접종을 하려던 물량이다. 인플루엔자 백신 유통에 적절한 저온 기준은 2~8도로 알려져 있다. ‘저온유통시스템’이 핵심인 백신이 상온에 노출되면서 문제가 생긴 것이다. 해당 백신을 조달한 계약업체는 ‘신성약품’으로, 업체 계약 물량은 1259만 도즈(1회 접종분)이다. 이 가운데 약 500만 도즈가 의료기관에 공급됐으며, 일부 물량이 유통 과정 중 상온에 노출된 것으로 확인됐다.

질병관리청은 무료 접종이 시작되기 하루 전인 21일 오후에야 문제를 파악했다. 당국은 현재 해당 백신들에 대한 이상 여부를 조사 중이다. 품질 검증에는 최대 14일가량 필요한 것으로 전해졌다. 질병관리청은 해당 업체의 백신 공급을 즉각 중단했으며, 이미 공급된 백신에 대해서는 품질검증을 거친 뒤 순차적으로 접종을 진행한다는 계획을 내놨다.

12세 이하 어린이들을 접종시킨 부모들의 불안감도 덩달아 확산하고 있다. 앞서 공급된 백신 품질은 문제가 없지 않느냐는 것이다. 지난 8일부터는 12세 이하 어린이들이 무료 백신 접종을 받았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2만 명이 접종받았으며 ‘이상 반응’ 신고 건수는 아직 없다. 질병관리청은 이번에 문제가 생긴 백신은 13~18세 대상 물량이며, 12세 이하 어린이에 대한 물량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런 혼란 속에 무료 접종 외 ‘유료 접종’까지 중단되고 있다. 유료 접종은 무료 백신 접종 대상자에 해당하지 않는 성인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수영구의 경우 유료 접종이 가능하나, 부산진구는 위탁 의료기관에 유료 접종까지 전면 중단할 것을 통보했다.

부산의 한 가정의학병원 원장은 “지자체별로 무료·유료 백신 접종 여부까지 달라 의료진은 물론 시민 혼란이 극심하다. 무료 백신은 국가에서 일괄 구매해서 조달하는 것으로, 유료 백신과는 시스템이 다르다”며 “유료 백신 접종까지 금지한 것은 무리한 처사로, 부산시가 이번 혼란을 빨리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현·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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