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한의 분권이야기] 부울경 광역특별지방정부, 함 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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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소속 자치분권위원회 부위원장 경상대 교수

부울경이 하나가 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영화 ‘범죄와의 전쟁’의 유행어처럼 진짜로 ‘살아있네’다. 부울경의 미래발전을 위해서는 동남권이 공동 경제권을 형성하여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과 부의 쏠림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나고 있다. 서울을 정점으로 한 수도권의 인구는 이미 전체 인구의 절반을 초과한 비정상적 불균형 상태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한민국 제2의 도시인 부산이 가만히 있는 것은 오히려 이상하지 않는가. 부울경 메가시티, 광역연합, 초광역화, 동남권 특별연합, 광역공동체, 영남권 그랜드 메가시티 등의 목소리가 다채롭게 분출될 수밖에 없는 ‘국가 비상상태’이다.

대구광역시와 경상북도는 한 걸음 더 나아가 행정통폐합을 구상하고 있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도 통폐합의 물꼬를 틀려고 하는 상황이다. 대전광역시와 세종특별자치시의 행정통합도 제안된 바가 있다. 경기도에서는 이미 고도비만 증상이 나타나서인지 역으로 경기남도와 경기북도로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광역지방정부의 행정체제 개편을 두고 온 나라가 코로나19보다 더 큰 열병을 앓고 있는 형국이다. 이 모든 것이 서울을 정점으로 하는 수도권의 초집중화에서 발생하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 비수도권 지역이 손발을 묶어 놓고 가만히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주사급 총장’ 우스갯소리
수도권 집중 서울공화국
폐해 드러낸 극단적 사례

전국 최초 특별지방정부
부울경이 반드시 설립해
균형발전 단초되길 기원



인터넷에서 화제인 어떤 초등학생이 그린 대한민국 지도를 보면 서울 이외의 모든 지역은 ‘시골’로 표시되어 있다. 유일하게 시골로 되어 있지 않은 제주도는 ‘귤’, 독도는 ‘우리 땅’으로 그려져 있다. 부산 사람들이 제아무리 제2의 도시에서 산다고 자부하지만 서울에서 살고 있는 어린 학생의 생각에는 서울 이외는 그야말로 시골이다. 이는 서울공화국이 만들어 낸 대한민국의 비극적 자화상이다. 부산의 초등학생이 대한민국 지도를 그리면 어떻게 될까. 부산과 서울만 달랑 그려 놓고 그 외 지역은 ‘촌’이라고 표시할까.

초등학생이 서울 이외의 지역을 시골이라고 생각하게 만든 것은 경제, 문화, 예술, 의료, 대학, 대기업, 공공기관 등이 서울공화국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집중을 불러오는 ‘권력의 집중’이 더 무서운 것이다. 지방공무원 25년여 생활에 5급 과장을 달고 서울 가서 만나는 5급 국가공무원은 새파란 조카뻘밖에 되지 않는다. 시골 중소기업 사장은 서울 출장 가서 대기업 과장을 겨우 만난다. 오죽했으면 지방 국립대학 총장이 교육부에서 만나는 공무원은 6급 주사라고 해서 ‘주사급 총장’이라는 말이 우스갯소리로 돌고 있을까.

이러한 위계의 사다리는 서울공화국으로의 권력을 더욱 집중시키고 있다. 정치, 경제, 문화, 예술 등 모든 분야의 권력이 집중된 것이 서울공화국이다. 권력집중을 제도적으로 분산시키지 않으면 대한민국의 수도가 세종특별자치시로 된다고 한들 또 다른 권력 집중을 막을 수 없다. 세종공화국으로 모든 권력이 집중되어 많은 사람이 먹고살기 위해 세종으로 달려가 권력 앞에 자존심을 내려놓을 수밖에 없는 미래가 현실이 되고 만다.

서울공화국의 권력 집중을 해제시키기 위해서는 국가균형발전과 자치분권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여야 한다. 대한민국을 대개조한다는 시급한 심정으로 중장기 미래발전 계획을 지역 주민과 함께 그려 가야 한다. 그 일환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부울경 광역연합이다. 부울경 광역교통망과 광역경제권을 형성시켜 부울경을 하나의 생활공동체로 만들자는 것이다.

부울경이 구상하고 있는 광역연합은 일본의 교토와 오사카를 중심으로 2010년에 시작된 간사이 광역연합과 흡사하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간사이 광역연합은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의 초집중 현상에 대응하기 위해서 설립되었다. 광역연합은 부울경을 통합하는 것이 아니라 광역교통, 광역경제, 광역문화 등을 특별하게 추진할 수 있는 특별 기구를 설립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별한 목적을 가진 기구가 ‘특별지방정부’(지자체)이다. 주민들의 이해관계로 광역행정통합이 쉽지 않기 때문에 많은 나라가 특별지방정부를 더 선호하고 있다.

특별지방정부는 집행부와 지방의회를 두고 인사권과 재정권에서도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다. 지방의회 구성은 부울경 지방의회 의원들이 겸직할 수 있으며, 특별지방정부의 장은 지방의회에서 선출될 수 있다. 이번 정기국회에서 심의하고 있는 지방자치법 전부 개정안에 특별지방정부 설치에 관한 조항이 있다. 지방자치법이 통과된다면 부울경 메가시티는 ‘부울경 특별지방정부’로 구체화 될 수 있다. 부울경이 전국 최초로 특별지방정부를 설립하여 부울경 주민들이 ‘살아있네’라고 외치는 소리를 하루속히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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