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그아웃 울리던 ‘스트레일리 징’ 응원단석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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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가 동료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마련한 ‘징’이 상대 팀의 항의로 하루 만에 응원단석으로 옮겨졌다. 지난 22일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kt와 경기 중 롯데 더그아웃에 설치된 징. 롯데 자이언츠 제공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댄 스트레일리는 여러모로 특별하다. 공도 잘 던지고 팀을 생각하는 마음도 기특하다.

성적은 나무랄 데 없다. 시즌 초반 승운이 따르지 않았지만 어느새 팀 최다인 11승(4패)을 수확했다. 25경기에서 155와 3분의 2이닝을 책임지며 평균자책점 2.66으로 완벽한 에이스 모드다. 피안타율은 0.211에 불과하고, 이닝당 출루허용률(WHIP)도 1.05에 그친다.

준태 티·짝짝이 제작 동료 응원
자비로 징 마련 홈런 세리머니
상대 팀 “경기 방해된다” 항의
스포츠맨십 발휘 하루 만에 옮겨
팬 “서비스 차원 제자리 돌려놔야”

인성은 더 좋다. 스트레일리는 더그아웃의 분위기 메이커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팀 사기를 북돋운다.

시작은 티셔츠였다. 올 6월 스트레일리는 ‘준태 티’를 만들었다. 항상 표정 없는 포수 김준태를 웃게 해 주고 싶었단다. 김준태의 소위 ‘분하다 티셔츠’는 투지를 상징하는 문구로 읽히면서 2600장이나 팔리기도 했다.

스트레일리는 준태 티 이외에도 ‘KBO 최고 빠던’이라 적힌 전준우 티셔츠, ‘마차도한테 치지 마’라는 문구가 있는 마차도 티셔츠도 만들어 동료들을 응원했다.

최근 허문회 감독이 더그아웃에서 응원용으로 사용해 명물이 된 ‘클래퍼(짝짝이)’도 스트레일리의 아이디어다. 스트레일리는 손바닥 모양의 클래퍼를 사비로 30개 구매해 선수단에 나눠 줬다.

톡톡 튀는 스트레일리표 응원 도구의 백미는 ‘징’이다. 지난 22일 kt전을 앞둔 사직야구장 롯데 더그아웃에는 징이 등장했다. 롯데 선수들은 홈런을 때린 뒤 징을 두드리며 환호했다. 스트레일리가 31만 원이나 주고 쿠팡에서 직접 주문한 것이다.

징을 가져온 보람이 있었다. 이병규가 2회 말 솔로 홈런을 때려내며 시즌 1호 징의 주인공이 됐다. 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돈 이병규가 징을 울리자 롯데 동료들이 환호했다. 4회 말에는 전준우가 시즌 19호 홈런을 때렸다. 전준우가 더그아웃으로 들어가자 스트레일리가 직접 징채를 건넸고, 전준우가 힘차게 징을 울렸다.

그러나, 스트레일리의 징은 하루 만에 더그아웃에서 모습을 감췄다. 상대팀인 kt가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항의하면서 롯데의 양보로 응원단석으로 옮겨진 것이다.

롯데 관계자는 “징을 더그아웃에 둬서는 안 된다는 명확한 규정은 없지만 스포츠맨십 차원에서 상대 팀을 배려했다”고 말했다.

팬들은 징을 다시 가져다 놓으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기를 직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는데, 굳이 없앨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다.

한 야구팬은 “프로가 징 소리 때문에 경기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반문하면서 “팬서비스 차원에서라도 징을 제자리에 돌려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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