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디토리움의 명반시대] 39. 루이스 콜(Louis Cole)의 ‘Ti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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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음반을 접할 때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음악을 선보이는 신인 아티스트를 만날 때입니다. 그 음악이 제 취향의 음악인가 아닌가를 떠나 마치 멋진 모험과 여행을 선사하는 듯해서 입니다. 모험의 용기와 새로운 아이디어들은 그 자체만으로 듣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하지요. 이후의 여정을 기대하며 팬으로 함께하리라 다짐하게 만듭니다.

만약 그 음악이 새로운 시대의 것임에도 불구하고 제가 좋아하던 음악의 흥취를 느끼게 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우리가 두 가지 모두를 갖춘 음악을 만나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매일 수많은 음악이 등장하고 여러 음악 플랫폼을 통해 전보다 더 많은 음악을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지요.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아티스트를 새로이 만나게 되는 경험은 그와는 다른 일종의 운명 같은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기술과 시스템의 발달이 그 운명을 만들어 낼 수는 없으니까요.

이런 생각은 루이스 콜(Louis Cole)의 데뷔 음반을 접했을 때 스쳐 지나간 첫 인상이었습니다. 음악 팬의 입장에서 라기보다 음악을 만드는 사람의 입장에서 라면 더욱더 말이지요. ‘음악가가 존경하는 음악가’ 또는 ‘음악가가 사랑하는 음악가’라는 수식어는 음악의 홍보 문구에서 꽤 오랫동안 접하던 내용인데요. 이 문구가 정말 실로 오랜만에 피부로 느껴지는 것이 바로 루이스 콜의 음악입니다.

루이스 콜은 서던캘리포니아대학에서 재즈 스터디를 전공한 후 커버 음악으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듀오 ‘폼플라무스(pomplamoose)’의 멤버 잭 콘테(Jack Conte)를 만나게 됩니다. 두 사람이 함께 음악을 만들며 잭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음악을 소개하게 되면서 팬들에게 그에 관한 입소문이 돌게 되지요. 제가 루이스 콜의 음악을 처음 접하게 되었던 것은 이후 그의 프로젝트 그룹 ‘노워(Knower)’를 통해서였습니다. 마치 ‘펑크 음악의 미래는 이런 것이다!’를 외치는 듯한 믿을 수 없는 연주와 재치, 위트로 녹여 낸 라이브 영상은 많은 사람들을 단숨에 빠져들게 했습니다.

2018년 루이스 콜의 첫 솔로 앨범이자 데뷔 앨범인 ‘Time’이 발매됩니다. 곡을 쓰고 노래하며 드럼을 비롯한 각종 악기를 너무나 능수능란하게 다루는 그의 다재다능은 이 음반을 통해 화려한 진가의 시작을 알립니다.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와 일렉트로 펑크 아티스트 선더캣의 참여로 화제가 된 것은 물론, 이미 퀸시 존스, 레드 핫 칠리 페퍼스 그리고 플라이 로터스 등이 그의 팬을 자처함으로써 이 앨범은 출시 전부터 많은 음악 팬들을 설레게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 결과물은 그 기대 이상을 선사하지요.

일렉트로닉과 펑크를 비롯한 고전적인 리듬앤드블루스와 솔 등 시공간을 넘나드는 현란한 연주 테크닉은 음악 애호가라면 탄성이 나오지 않을 수 없게 만듭니다. 특히 4번 트랙 ‘Phone’은 세대를 막론하고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루이스 콜표 감성의 진가를 느끼게 하는 ‘필청 트랙’입니다.

김정범 성신여대 현대실용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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