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어버린 온정·기부·봉사 ‘냉랭한 코로나 한가위’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함께 나누고 풍성해야 할 추석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코로나19가 몰고 온 불황에 불우 이웃으로 향하던 ‘도움의 손길’마저 뚝 끊겼다. 연탄 기부는 물론 사회복지모금액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줄어든 탓에 취약계층이 더욱 차가운 겨울을 보내야 할 처지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은 “올해 상반기에 기부받은 연탄이 63만 장에 불과해 지난해 같은 기간(154만 장) 대비 60% 가까이 줄었다”고 24일 밝혔다.

코로나 한파에 얼어붙은 기부
지역기업 연탄 기부 문의 ‘제로’
배달 봉사자 발길도 뚝 끊겨

부산사랑의열매 추석성금 반토막
정기기부 해지하는 사람도 급증


밥상공동체·연탄은행과 전국연탄은행이 공동으로 조사한 ‘2019년 전국연탄사용가구조사’에 따르면 부산의 연탄 사용 가구는 총 973곳. 부산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취약계층 약 1000가구가 따뜻한 겨울을 준비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로 예년과 달리 추석 한 주 전까지도 지역 기업의 연탄 기부 문의는 거의 없다. 부산연탄은행 강정칠 대표는 “원래 이맘때쯤이면 연탄 기부 활동을 하고 싶다는 기업들의 문의가 쏟아진다. 하지만 올해는 ‘기부하겠다’고 나선 기업이 아직 한 곳도 없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1년에 연탄 수만 장을 기부하던 기업도 ‘올해는 비대면으로 기부할 방법이 없겠느냐’고 문의해 왔다. 연탄 배달은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없어 답답한 마음에 속만 끓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탄을 날라야 하는 봉사자의 발길이 뚝 끊긴 것도 큰 문제다. 부산연탄은행이 기부 받아 전달하는 연탄은 연간 30만~40만 장이다. 대부분 이용자가 산복도로나 쪽방에 거주하고 있어 지게로 사람이 직접 져 날라야 한다.

평소에는 9000명에 달하는 봉사자가 이 업무를 돕지만 올해는 아직 100명도 모이지 않았다는 게 강 대표의 설명이다.

강 대표는 “쪽방에 거주하는 어르신들은 연탄이 있어야만 겨울을 버틸 수 있다. 개별적으로 연탄을 사려면 장당 900~1000원이 드는데 어르신 대부분이 이를 구매할 여력이 없다. 이번 겨울에도 연탄 기부만 믿고 있는 어르신들에게 연탄을 차등 지급해야 할 아찔한 상황이다. 이 시대의 가장 약자로 볼 수 있는 어르신들이 따뜻한 겨울을 보내기 위해선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연탄뿐 아니라 사회복지를 위한 기부도 차갑게 식었다. 부산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부산사랑의열매)에 따르면 지난 16일부터 22일까지 부산사랑의열매가 모은 올해의 추석 성금은 약 7억 1955만 원이다. 이는 지난해 8월 29일부터 9월 11일까지 모인 12억 6659만 원 대비 56.8%에 불과하다.

코로나 사태가 길어지며 후원을 취소하는 개인 후원자들도 크게 늘었다. 올해 부산사랑의열매 정기기부를 해지한 사람이 246명이나 된다. 이로 인해 줄어든 모금액만 한 달에 852만 원, 1년으로 치면 약 1억 224만 원에 달한다.

부산사랑의열매 측은 “올초부터 코로나 여파가 이어지면서 추석과 관련된 성금이 지난해보다 감소하는 추세다”면서 “추석 연휴 시작 전날인 오는 29일까지 추석 관련 성금을 접수한다. 많은 시민과 기업의 따뜻한 손길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