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 ‘실종’ 사실 즉각 알렸으면 참변 막았을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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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영호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이 24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 전체회의에 참석, 연평도 인근 실종 공무원 북한 피격 사건 관련 보고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실종됐던 해양수산부 공무원이 탑승했던 어업지도선 무궁화 10호. 연합뉴스
북한군이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에서 실종된 남측 공무원 A(47) 씨를 북측 해상에서 총격 사살한 뒤 기름을 부어 불태운 것으로 확인되면서 남북관계에 미칠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군은 북측이 A 씨를 발견한 정황을 인지했지만, 이후 아무런 조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당국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최초 발견 후 5~6시간 후 총격 사망
아무런 조치 안 한 軍 책임론 불가피
통일부 “북측과 연락할 수단 없다”
군 ‘월북 의사 표명 식별’ 근거 안 밝혀
가족 “자진 월북할 사람 아니다” 참담

■“만행 저지를 줄 몰랐다” 안이한 군

24일 국방부에 따르면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선 공무원 A 씨는 구명조끼를 입고 부유물에 올라탄 채 22일 오후 3시 40분 북한 수산사업소 선박에 최초 발견됐다. 북측 선원이 방독면과 방호복을 착용하고 일정한 거리를 유지한 상태에서 A 씨로부터 월북 진술을 들은 정황을 군은 포착했다.

이로부터 6시간 정도 지난 오후 9시 40분 북한군이 단속정을 타고 와 A 씨에게 총격을 가했다. 이어 오후 10시 11분 북측 해상에서 시신에 기름을 부어 불태웠으며, 이런 정황은 우리 군 연평도 감시 장비에서 관측된 북측 해상의 ‘불빛’으로도 확인됐다.

군은 A 씨가 북측 해역에서 북측 선박에 발견된 정황을 확인했음에도 이후 피격까지 약 5∼6시간 동안 북측에 남측 인원임을 알리는 등의 조처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욱 국방부 장관은 이날 국회에 나와 “북한이 이렇게 천인공노할 일을 저지를 수 있다고 생각을 못 하고 정보를 분석하고 있었다”고 했다.

그러나 군이 사실상 지켜보기만 한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22일 밤 A 씨의 사망 정황이 확인된 직후인 23일 오전 1시께 서욱 국방장관과 박지원 국정원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외교안보 수장들이 청와대로 소집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23일 오후에 군이 발표한 내용은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생사는 단정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당국이 북한에 ‘실종 사실 통보와 관련 답변’을 처음으로 공식 요구한 것도 23일 오후 4시 45분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북측과 연락할 수단이 없는 상태”라고만 했다.



■당국 “월북 한 듯”

군 당국은 A 씨가 자진 월북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가 구명조끼를 입은 채로 부유물에 올라타 북측 해역에서 발견이 된 점과 선박에 신발을 벗어 둔 점, 북측 발견 당시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이 식별된 점 등이 판단 근거다. 정보 당국 역시 월북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다만 월북 의사를 표명한 정황을 어떻게 식별했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밝히지 않고 있다.

인천해양경찰서는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A 씨가 실종된 어업지도선 내 침실을 조사한 결과 그의 휴대전화와 유서 등은 없었지만 개인 수첩과 지갑 등은 확보해 조사하고 있다고 했다. 해경 역시 실종 당시 A 씨의 신발이 선박에 남아 있는 점 등으로 미뤄 자진 월북 가능성도 계속 조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40대 가장의 월북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는 “국방부가 일단 (월북으로)주장하고 있는데 진상은 더 파악해야 한다”고 했다.



■실종 공무원 월북 징후 안 남겨

A 씨는 2012년 공무원 임용 후 해양수산부 산하 기관에서 일해 왔다. 해당기관 직원에 따르면 A 씨는 4개월 전 이혼했으며, 동료 직원 다수로부터 돈을 빌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법원으로부터 급여 가압류 통보를 받아 A 씨가 심적 부담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수부는 24일 온라인 브리핑에서 A 씨 가족관계에 대해서는 직접 확인할 방법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A 씨가 동료들과 별다른 문제 없이 지냈고, 심리 변화 등 특히 주목할 만한 일은 없었다고 설명했다. A 씨 가족들은 자진월북할 사람이 아니라며 월북 보도에 "참담하기 그지없다"고 밝혔다. 송현수·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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