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트럼프-바이든 ‘TV 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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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와 조 바이든 후보가 맞붙은 미국 대통령 선거 레이스가 막바지를 향해 달리고 있다. 우리 시간으로 추석 연휴 첫날인 30일 오전 10시, 외나무 대결의 첫 장인 1차 TV토론이 열린다. TV토론은 모두 세 차례 열리지만, 아무래도 첫 대결이 부동표의 향방을 결정지을 가능성이 높다. 더군다나 1차 TV토론은,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때 스치듯 만난 것을 빼고는 실제로 대면한 적이 없는 두 후보의 첫 정면 대결이라는 점에서 어느 때보다 관심을 많이 받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에서 치러지는 이번 TV토론은 두 후보 간 악수는커녕 팔꿈치 인사조차 없이 무미건조한 형식으로 진행된다고 한다. 그럼에도 8000만 명 이상의 유권자가 90분 동안 두 후보의 발언과 표정, 몸짓 등을 하나하나 살피며 평가한다는 면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일전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실제로 역대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TV토론이 백악관의 주인을 결정지은 것으로 평가되는 장면은 여럿 있다.



TV토론이 처음 도입된 1960년,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베테랑 정치인 닉슨과 민주당 후보 케네디가 안방 유권자의 표심을 두고 TV카메라 앞에 섰다. 닉슨은 8년간 부통령을 지낸 경험으로 낙승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식은땀을 흘리며 카메라를 제대로 쳐다보지 못했다. 반면 케네디는 준수한 외모와 자신감 넘치는 제스처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최연소 백악관 주인으로 기록됐다.

반면 로널드 레이건은 자칫 약점이 될 수 있는 고령을 연륜이라는 장점으로 반전시켜 수성에 성공한 경우다. 1984년 73세의 나이로 재선에 도전한 레이건은 17살 어린 월터 먼데일 후보가 고령을 문제 삼자 “나는 이번 선거에서 나이를 이슈화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먼데일이 무슨 뜻이냐며 되묻자 승패를 결정짓는 한 방을 날렸다. “당신이 너무 젊고 경험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정치적 목적에 이용하지 않겠다는 뜻입니다.”

미국식 과장법이 잔뜩 묻어나는 표현이지만, 미국 대선 TV토론이 ‘지상 최대 정치 쇼’로 불리는 데에는 이런 결정적 장면들도 한몫하고 있다. 대선을 불과 5주 앞둔 현재, 여론조사 기관들은 도전자 바이든이 7~8%포인트 정도 앞선다고 분석한다. 코로나19 대응과 인종차별 문제 등 6개로 정리된 토론회 주제 역시 현직인 트럼프에게 유리할 게 없다는 분석이 많다. 특유의 능변과 ‘물타기’에 능한 트럼프가 어떤 ‘쇼’를 보여 줄지 궁금하다. 김희돈 교열부 부장 happ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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