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삼의 에브리싱 체인지] ‘뉴 타입’으로 삶의 균형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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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인재평생교육진흥원장

올 추석 때 한민족은 이전에는 경험 못했던 방식으로 전통 의례를 치르게 됐다. 이른바 비대면 차례다. 이해심 많은 조상님들이야 껄껄 웃어주시겠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우리의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독감 철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벌써부터 ‘트윈 데믹(Twin-demic)’ 상황을 경고한다.

산 넘어 산이다. 자칫 불황, 공황을 넘어 인류 문명 혹은 호모사피엔스의 위기로 치닫는 건 아닌지 걱정이다. 새로운 이슈가 다른 여러 큰 이슈에 중첩되고 있는데도 인류는 기존의 낡은 방식으로 단편적 처방만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전에 없는 위기에 낡은 단편 처방 한계
새 상황 맞는 방식 수용해야 생존 가능
위험 속에 숨겨진 기회 경로 찾아 내야

예를 들어, 변종 전염병 블랙스완들이 인류를 위협하는 중에도 환경 파괴, 지구온난화는 가속화하고 있으며, 빈부 간, 세대 간, 국가 간 격차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또한 지구적 규모의 제조업 붕괴, 일자리 파괴가 발생하는 가운데 미·중 간의 패권 다툼은 더 격화되어 모든 문제들을 엉클어 놓고 있다.

이런데도 각국의 정부는 이동 제한, 비대면 권장, 방역 강화 정도로 대응하는 것 외에는 별다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한국 등 많은 국가에서는 마이너스 성장과 실업률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재정 확대 정책을 시행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세계 경제의 안정성을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한다. 심지어 100년 전, 그러니까 1920년의 대공황 수준으로 귀착될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도 있다.

필자는 자료를 검토하다가 이제 우리가 완전히 ‘다른 차원’을 모색해야만 살아 남을 것이라는 확신 아닌 확신을 갖고 있다. ‘다른 차원’이란 상황을 인정하고 새로운 환경에 맞는 방식을 수용하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이제 코로나19가 발발한 지 7개월 정도 지났지만 어느 누구도 언제쯤 이 지구적 혼란이 통제된다고 자신하지 못한다. 보건 측면만이 아니라 사회경제적 측면까지 포함한 이야기다. 그렇다면 이제 이 ‘불확실성’을 일시적인 것이 아니라 ‘일상성’으로 수용하는 것이 문제를 푸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모든 존재는 안정성을 추구하는데 불안정성과 불확실성을 일상 생활방식으로 수용하라니, 이 주장이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다. 불확실성 개념은 경제학이나 군사 조직에서 보편화된 개념이다. 미 육군에서는 ‘뷰카’(VUCA)라는 용어를 통해 변동이 심하고(Volatility), 불확실하고(Uncertainty), 복잡하고(Complexity), 모호한(Ambiguity) 군 작전 상황과 세계 정세에 대응하고 있다.

그 전략 개념을 도입해 보자. ‘뷰카’는 과거의 교본이나 매뉴얼을 인정하지 않는다. 매뉴얼은 목표가 전제되어 있는 일종의 수단이다. 그러나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고집할 수단이 소용없다. 목표가 분명치 않기 때문이다. 그러니 ‘라떼’(‘나 때는 이랬다’는 의미의 속어)도 필요 없다. 경험하지 못했던 화생방전, 로봇전 상황에서 ‘라떼’ 보병전 매뉴얼이 무슨 필요가 있겠는가.

이렇게 불확실성을 수용하는 것이 ‘뉴 타입’ 생존 방식이다. ‘뉴 타입’은 야마구치 슈라는 일본의 전략 컨설턴트가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따와서 사용하는 용어이다. 말하자면, 예측 불가능한 미래를 돌파하는 새로운 사고나 행동 방식을 말한다.

어쨌든 ‘뉴 타입’은 차원 다른 생존방식이다. ‘무엇을 어떻게’(what & how)가 아니라 ‘왜’(why)다. 인문학적 생존방식이다. 지난 100년 동안 인류가 기대어 온 방식은 이성과 논리에 기반한 공학이었다. 공학의 ‘어떻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명확히 정의될 때는 유효했다.

하지만 이제 상황은 유동적이고 모호하다. 절대가치가 없다. 경직된 구체적 계획보다는 상징이 더 효과적이다. 최고 기업 중 하나인 구글의 행동강령은 ‘악해지지 말자’(don't be evil), ‘옳은 일을 하자’(do the right thing) 뿐이다. 방법보다는 존재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하는 것이 옳다. 요즘 인문학 공부에 열심인 대중들이 본능적으로 이를 감지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최근 ‘매킨지의 보고서’에는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져야 할 6가지 사고방식이 소개되었는데 그중에 잠자리 렌즈를 가지라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잠자리 눈은 360도로 지각을 취하는 구조인데 그 속에 수천 개의 렌즈와 광 수용체가 들어 있다. 다차원적으로 변화를 감지하며 전체 지형을 읽어 내는 눈, 위험하게 보이는 것들 속에 숨겨진 기회 경로를 찾는 구조다.

혼자만의 시간이 많을 이번 한가위다. 변화의 흐름을 읽어 가며 존재의 좌표를 곰곰이 점검해 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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