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현성 있는 경제 해법’ ‘부울경 통합 리더십’ 증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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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장 찾기 일문백답] 하. 부산시장 후보 10여 명 거론

오늘의 부산 위기는 구조적 위기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니라는 의미다. 조선 자동차 기계 등 지역을 지탱해 온 산업에서는 핵심 기업마저 무너지고 일자리가 사라져 왔다. 무수한 젊은이가 떠났고, 떠나고 있다. 부산이라는 지역에 안주해선 더는 버틸 수 없는 임계점에 달했다. 서울을 위시한 수도권은 ‘넘사벽’ 도시가 됐다.

<부산일보>가 시민 100여 명에게 새 부산시장의 리더십을 묻는 기획 ‘부산시장 찾기 일문백답’을 진행한 결과, 도시의 쇠락을 지켜봐 온 시민들에게는 부산이 더는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질 대로 커졌음이 고스란히 확인됐다. 두 차례 짧은 임기를 끝낸 시장들의 시절은 ‘잃어버린 시간’이 됐다. 희망과 비전을 제시해 줄 새 리더십이 어느 때보다 간절하다. 어쩌면 내년 4월 보궐선거로 탄생할 부산시장이 이런 상황을 돌려놓지 못하면 더는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차기 시장 후보들은 이런 시민 열망에 분명한 해법을 제시하고 이를 이룰 실천력과 리더십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경제 위기감 고조’ 고스란히 확인
비전 제시할 새 리더십 기대
차기 시장 책무 ‘경제 구원투수’
‘말’뿐인 청사진 더 이상 안 통해
부산의 지속가능 발전 해법과
동북아 핵심도시 키울 복안 필수

■글로벌 도시 키울 경제 해법 내야

<부산일보> 기획에서 차기 시장에게 주어진 책무를 ‘경제 살리기’(청년 일자리·주거 문제 등 포함)로 언급한 시민이 10명 중 5명꼴로 가장 많았다. 한마디로 시민들은 부산 경제의 ‘구원투수’가 될 후보에게 표를 던질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경제를 알고 경영 능력까지 갖춘 인물이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게 현실이다.

경력상으로는 시장에 재도전 의사가 있는 서병수 의원이 대학에서 경제를 전공하고 경제학 박사이기도 하다. 이언주 전 의원도 대기업과 글로벌 기업에 몸담았던 적이 있다. 전·현직 국회의원 출신들도 경제 관련 국회 상임위 활동을 했다. 의원 시절 산자위 정무위 등에서 주로 활동한 이진복 전 의원이 대표적이다.

후보들도 부산 위기를 경제에서 풀겠다며 해법을 준비 중이다. 이진복 전 의원은 “부산 산업구조를 바꿔 내야 한다. 대기업을 유치할 수 없다는 건 이제 다 안다. 대신 R&D 기업과 강소기업을 유치해 지식집약적 산업구조를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언주 전 의원도 “‘부산 브랜드’로 아시아와 세계로 가야 한다. 스타트업 증권거래소나 원자재 거래소 등을 해법으로 구상 중”이라고 했다. 29일 출마 선언을 한 이종혁 전 의원도 경제 선진도시를 비롯한 7대 선진도시로 만들어 부산을 새로 디자인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직 시장들이나 정치인들도 현 후보 못지않은 경제 해법을 제시했으나 현실화하는 데에 실패했다. 시민들도 이제 말만으로는 믿지 않는다. 지역 정치권 한 관계자는 “산단 조성이나 기업 유치 같은 작은 약속으로는 더는 지지를 받지 못할 것”이라며 “부산만의 지속 가능한 발전 해법을 제시하고 동북아 내 핵심 도시로 키울 설득력 있는 복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강변했다.



■동남권 단순 통합 넘는 큰 그림 절실

이번 조사에서 확인된 시민 요구의 핵심인 ‘동남권 연대’와 ‘국가 균형발전’을 이끄는 데에는 강한 리더십과 여야 한계를 뛰어넘는 유연성이 요구된다. 후보들도 동남권 연대나 통합에는 동의한다.

경남과 울산의 도지사·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나 김해영 전 의원 등 민주당 후보군에게 더 기회가 클 것으로 보이지만 두 정치인은 아직 출마 결심을 굳히지 못했다. 행정가의 길을 걸은 변성완 부산시장 권한대행도 정치적 중립성이 있다는 강점 덕분에 동남권 연대 등 정치적 이해가 걸린 사안을 풀어 나가기에 적임자라는 평가다. 오랜 중앙부처 생활을 통한 폭 넓은 인맥도 갖추고 있지만 정치 리더십 검증은 더 필요하다.

국민의힘 후보군도 동남권 연대 이슈에 주목한다. 유재중 전 의원은 “현재 논의되는 동남권 메가시티 방안에 더해 여수 순천을 시작으로 전남권까지 아우르는 남부 경제권이 절실하다”면서 “이를 위해 경남 울산을 넘어 100km 안팎까지 출퇴근이 가능한 고속광역철도망을 구축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단순한 동남권 지역 통합은 답이 될 수 없다. 부울경 세 지역을 하나로 묶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해법을 찾아내 수도권에 맞서고 국가 균형발전까지 이룰 수 있는 큰 밑그림을 제시할 후보가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후보들은 또 동남권 연대를 넘어 부산을 중국 상하이, 일본 후쿠오카를 비롯한 해외 인접 도시들과 묶어낼 수 있는 복안도 내놔야 한다.

시민들이 이번 조사에서 현 후보군이 아쉽다며 새 인물의 출현을 바라는 것도 이런 아쉬움과 맞닿아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방송 활동 등으로 인지도가 높은 박형준 교수의 경우 MB 정권 당시 정권 핵심에서 일한 경력과 전문가적 식견을 발판 삼아 도전에 나선 경우다. 그는 부산 출신이면서 서울 등지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고 중앙 활동도 많은 전국구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런 기대에 일부 부합한다. 그러나 강점이 약점이기도 한데 19대 총선 출마 후 부산 활동에 공백기를 둔 만큼 “선거 때만 나타난다”는 거부감은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전문가 그룹에서는 박한일 전 한국해양대 총장이 해양 도시 구현의 적임자를 자처하고 있다. 해양 전문가로 오래 활약했으며 해양대 사상 첫 연임 총장을 지내는 등 리더십도 있다. 박 전 총장은 지난 총선에서 미래통합당 부산공동선대위원장 등을 맡는 등 정치에도 발을 담았지만 정치 기반은 미약하다.

김영한 기자 kim01@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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