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여전히 지지하지만 법적 절차는 밟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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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검증위, 신공항 결론 안 낸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오후 서울 마포구 토끼똥공부방에서 열린 코로나19 돌봄 취약 관련 현장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kimjh@

잔뜩 먹구름이 드리운 듯했던 가덕신공항이 또 한번 변곡점에 다다른 분위기다. 국무총리실 김해신공항 검증위원회가 지난달 25일 최종보고서를 확정하는 과정에서 김해공항 확장안의 안전 문제를 명기한 안전분과 의견을 배제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김해신공항 유지’로 결론이 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부산·울산·경남에 팽배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가 4일 <부산일보>와의 인터뷰를 자청, ‘최종결정은 정부 몫’이라는 점을 명확히 천명하면서 공은 다시 정부로 돌아가게 됐다. 일단 이 대표를 비롯해 여권의 전반적인 기류가 ‘동남권에 관문공항다운 관문공항을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는 것은 정부 결정에 대한 긍정적인 기대를 품게 한다. 그러나 연말부터 본격화될 부산·서울시장 보궐선거와 뒤이은 대선 레이스 등을 감안하면 이 문제가 또한번 장기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



검증위 발표, 기술적 문제만 언급
‘신공항 물거품’ 지역 우려 해소
정부 결정 과정 법적 절차 강조
시장선거·대선으로 표류 우려도



■“검증위 최종결정 주체 아니다”

이 대표는 이날 검증위의 지난달 25일 최종보고서 결정 과정에 대한 부울경의 문제제기에 대해 “부정확한 사실을 토대로 한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앞서 부울경은 김수삼 검증위원장이 김해신공항 새 활주로 안전 문제를 적시한 안전분과의 원(原)보고서를 배척한 채 최종보고서를 의결한 데 대해 “중립성 의무를 명백히 위반한 것이자 공정성을 중대하게 결여한 것”이라며 ‘원천무효’라고 반발했는데, 이 대표는 ‘그렇지 않다’고 반박한 것이다.

만약 검증위에서 오도된 결론이라고 해도 ‘김해신공항은 관문공항으로 문제가 없다’고 적시한다면 이를 돌이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총리 시절인 지난해 말 검증위를 직접 구성하고 김 위원장을 직접 낙점한 이 대표는 이날 ‘자신이 파악한 바’라면서 “검증위 결론은 어느 것(김해신공항 유지 또는 중단)을 봉쇄하는 건 아니다”고 밝혔다. 이는 검증위가 이번 주 내로 예상되는 기자회견에서 김해신공항의 향배를 좌우하는 단정적인 결론 대신 기술적인 측면에서 동남권 관문공항으로서의 장단점을 언급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을 낳게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이 대표는 최종선택을 정부 몫으로 넘겼지만, 정부 판단의 최우선 기준에 대해 ‘관문공항으로 충분히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여부’라고 언급했다. 개인적인 입장으로 한정했지만 ‘가덕신공항 지지’ 입장도 거듭 밝혔다. 이후 있을 정부의 최종 결정은 여당과의 긴밀한 조율을 통해 진행될 공산이 크다는 점에서 당권을 쥔 이 대표가 가덕신공항에 힘을 실어 준다는 것은 긍정적인 요소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청와대도 지난 25일 검증위 전체회의 이후 부울경 여론이 심상찮게 돌아가자 노영민 비서실장 주재 회의에서 이 문제를 중요 의제로 다루는 등 긴박하게 움직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전임 정부 결정이라고 해도 현 정부가 나서서 이를 뒤집기는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당이 총대를 메기로 조율 된 것 아니겠느냐”는 추측도 나온다.



■연말부터 선거 국면, “또 표류” 우려도

그러나 이 대표의 이날 언급으로 가덕신공항이 눈앞에 다가왔다고 보기에는 섣부르다는 지적이 인다.

이 대표는 이날 정부 결정 과정에서의 ‘법적 절차’를 강조했다. 그 절차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그렇다고 건너뛸 순 없다”며 어느 정도의 시간 지체는 부울경이 감수해야 될 일이라는 인식까지 보였다.

일단 검증위 발표 이후 김해신공항 백지화 결론을 내리는 데에도 법적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게 이 대표 측의 생각이다. 검증위 최종보고서는 물론, 안전분과의 보고서가 공개된다고 해도 그것 만으로 김해신공항이 관문공항으로서 ‘부적격’하다고 결론을 내리기에는 법적·정치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검증위가 법제처에 유권해석을 의뢰하기로 한 ‘공항시설법 제34조’(공항을 건설할 때 안전저해시설에 대해 절취해야한다는 내용) 위배 여부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다. 법제처가 김해신공항 새활주로 주변의 장애물 절취가 필요없다고 하는 국토부 안에 대해 명백하게 현행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판단한다면 백지화라는 산을 넘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해신공항 백지화를 이끌어 낸 이후 가덕신공항을 대체지로 결정하는 과정에 대해서는 부울경이 요구하는 정책협의체 구성 등 다양한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관건은 시간이다. 부울경은 ‘2030 월드엑스포’에 발맞춰 신공항을 개항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를 ‘패스트트랙’에 올려 적어도 내년 초에는 가덕신공항으로 결론이 나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내년 4월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곧바로 대선 국면이 전개된다는 점에서 이 시기를 놓칠 경우 다시 장기표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지역 일각에서는 여권이 이 문제를 선거와 결부시키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드러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부울경 시민들이 그런 정치 기교에 속아 넘어가겠느냐”며 “법적인 절차를 강조하는 것은 진정성을 갖고 문제를 풀어 나가려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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