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령도시’로 변한 백악관 ‘마스크 벗은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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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에 걸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입원 3일 만인 5일(현지시간) 오후 병원에서 퇴원해 백악관에 복귀했다. 그러나 이는 미국에서 21만 명이 숨지고 750만 명이 확진 판정을 받은 상황에서 매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입원 상태에서 병원 밖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깜짝 외출'을 하는 돌출행동에 나섰다가 격리 준수사항을 어겼다는 거센 비판을 받기도 했다. 백악관발 코로나19 확산 우려도 함께 커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일(현지시간) 코로나19로 입원 치료를 받던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월터 리드 병원을 퇴원해 백악관으로 돌아온 뒤 블루룸의 트루먼 발코니에 나와 쓰고 있던 마스크를 벗고 있다.  EPA연합뉴스


참모진 만류에도 3일 만에 퇴원
국민 21만 명 사망 “부적절 처신”
복귀 일성 “코로나 두려워 말라”
코로나19 위험성 경시 거센 비판
백악관 오염 심각 예방 조처 없어
트럼프 측근들 추가 감염 이어져
출입기자도 최소 3명 양성 판정


■퇴원 강행… 백악관 향한 트럼프 





최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들. 왼쪽부터 닉 루나 백악관 수행비서,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  UPI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후 6시 38분께 입원해 있던 메릴랜드주 월터 리드 군병원 문을 나서 대기하고 있던 차량으로 이동한 뒤 헬기를 타고 백악관으로 향했다. 양복 차림에 흰색 마스크를 쓰고 병원을 나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재진이 백악관에 얼마나 많은 감염자가 있는지, 자신이 ‘슈퍼전파자’인지를 묻는 말에 답하지 않고 “매우 감사하다”는 말만 남겼다. 그는 취재진을 향해 주먹을 쥐거나 손을 흔들고 ‘엄지척’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대통령을 태운 전용 헬기는 오후 6시 54분께 백악관에 도착했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2층 발코니로 올라가 마스크를 벗은 뒤 헬기 쪽을 향해 두 차례 거수경례를 하기도 했다. 또 백악관 도착 후 ‘기분이 어떤가’라는 취재진 질문에 “정말 좋다”고 짧게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출발 직전 올린 트윗에서 “조만간 선거 캠페인에 돌아올 것이다. 가짜 뉴스는 오직 가짜 여론조사만을 보여준다”고 적었다. 그는 또 백악관 복귀 직후 올린 영상에서도 코로나19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말을 반복했다.

자신의 코로나19 극복 경험을 앞세워 향후 전염병 대유행을 너무 무서워할 필요가 없다는 식의 주장을 펼치며 정면승부에 나설 가능성을 내비친 대목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주장은 코로나19의 위험성을 경시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상당한 논란을 불러오고 있다. 그는 참모진이 이날 오전까지도 퇴원하지 말 것을 촉구했지만 고집을 꺾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분위기 빈전을 위한 초대형 승부수를 던질 수 있다는 전망과 함께 당분간 백악관을 벗어나기 어려운 상황 탓에 선거운동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정치권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MS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코로나 바이러스를 정치화하지 말라”고 비판하면서 “국가에 매우 파괴적이고 위험했다. 국민을 위험에 빠뜨렸다”고 지적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복귀 후에도 당분간 격리 기간을 거치며 치료를 계속해야 하는 만큼 상황을 낙관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 캠프 측은 일단 15일 바이든 후보와의 2차 TV토론에 예정대로 출연하는 것을 목표로 치료에 전념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치료한 의료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위험한 상황을 완전히 벗어나진 않았지만 퇴원이 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여전히 바이러스를 전파할 가능성이 있다며 이번 주말이 고비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백악관 관리·기자·직원들 잇단 감염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인 케일리 매커내니 백악관 대변인이 5일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매커내니 대변인과 함께 일하는 대변인실 직원 2명도 양성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사실을 밝힌 지난 2일을 전후로, 측근 보좌관들의 감염 사례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인 호프 힉스 백악관 보좌관과 수행원인 닉 루나 백악관 보좌관이 이미 양성 판정을 받았고, 지난달 26일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에이미 코니 배럿 연방대법관 후보자 지명식에서의 추가 감염 사례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며칠간 10여 명의 백악관 관리들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으며, 이들 본인은 물론 접촉자들도 자가격리에 들어감에 따라 대통령 집무실이 있는 웨스트윙(서관)이 ‘유령도시’처럼 변했다고 전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매커내니 대변인이 양성 판정을 받으면서 백악관 취재기자들 역시 감염 위험에 노출됐다. NYT에 따르면 백악관 출입 기자 가운데 NYT 기자를 비롯해 최소 3명이 양성 판정을 받았다.

문제는 대통령 부부까지 감염됐을 정도로 백악관 내 ‘오염’이 심각한 위험 수준에 이르렀음에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예방 조처가 아직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백악관 내에서는 코로나 예방의 기본 수칙으로 여겨지는 마스크 착용조차 의무화돼 있지 않고, 백악관 직원들도 마스크 없이 일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된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감염된 상태로 백악관에 복귀하면서 백악관 내 집사, 요리사, 청소 담당자 등 상주 직원들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고 WP는 전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일부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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