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간 한 호텔서 행사 연 연제문화원... 지역구 국회의원 일가 몰아주기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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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의 예산을 지원받는 연제문화원이 지역구 국회의원 일가가 운영하는 모든 행사를 여는 등 ‘몰아주기’한 의혹이 제기됐다.

부산연제구의회 정홍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년간 연제문화원의 총회·이사회·송년회 등 모든 행사가 해당 지역 국회의원 A 씨가 주주로 있는 D호텔에서 치러졌다고 12일 밝혔다. 정 의원에 따르면 2017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총 26차례의 행사가 이곳에서 치러졌으며, 지출 금액은 4000여만 원에 이른다. D호텔은 A 의원 모친이 운영하는 호텔이면서, A 의원도 주주로 이름을 올린 곳이다. A 의원은 2015년부터 연제문화원 이사로 재직 중이며, A 의원의 모친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원장을 지낸 뒤, 현재 고문을 맡고 있다.

의원 일가 호텔서만 26차례
문화원 “대체할 장소 없었다”

연제문화원은 또 문화탐방비용 예산 중 약 30%를 임원을 위해 사용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문화탐방비용으로 책정된 예산은 연간 총 800만 원인데, 30여 명의 임원이 참석하는 문화탐방에 250만 원의 예산을 쓴다. 반면, 200여 명의 회원들은 나머지 지원금 550만 원에 각자 2만 원을 추가 부담해 문화탐방을 가는 실정이다.

문제는 연제문화원이 매년 수억 원의 지자체 예산을 지원받으면서도, 일부 임원을 위해 예산을 쓴다는 점이다. 연제문화원은 지역 문화의 진흥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단체로, 지난해 기준 시비 4000만 원, 구비 2억 2600만 원을 지원받았다. 자체회비나 기타 수입은 9900만 원 수준이다.

정 의원은 연제문화원에 수억 원의 구비가 지원되는 만큼, 다음 달 열리는 행정사무감사에서 이 같은 내용을 지적할 계획이다. 정 의원은 “연제문화원이 고유의 설립목적을 간과하고, 전 원장과 이사가 운영하는 업소에 행사를 몰아주는 등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면서 “하루빨리 연제문화원을 정상화해 지역 주민들의 문화향유 공간이라는 본목적을 되찾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몰아주기 의혹에 대해 연제문화원 측은 “대체할 만한 장소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연제구에 300여 명이 모여 식사를 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은 데다, 위치나 시설 등을 고려했을 때 이곳이 가장 적절하다는 것. 임원들이 문화탐방 예산을 과도하게 사용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임원들이 연간 회비를 많이 내는 만큼 부당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연제문화원 관계자는 “D호텔 외에는 마땅한 장소가 없어 7~8년 전부터 이곳에서 행사를 해 왔다. 지자체의 예산과는 별개로 임원들이 연간 50만 원의 회비를 내는데, 이 정도 대우가 문제될 것은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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