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 생애 첫 ‘메이저 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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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바지의 마법사’ 김세영(27)이 처음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대회 정상에 올랐다.

김세영은 12일(한국시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뉴타운 스퀘어의 애러니밍크 골프클럽(파70·6577야드)에서 열린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총상금 430만 달러) 최종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7개를 쓸어 담아 7언더파 63타를 쳤다.

LPGA ‘KPMG 챔피언십’ 정상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 기록
LPGA 투어 11번째 우승 트로피
맹추격 박인비, 5타 차 준우승




최종 합계 14언더파 266타를 기록한 김세영은 박인비(9언더파 271타)를 5타 차로 제치고 우승을 차지, 우승 상금 64만 5000달러(약 7억 4300만 원)를 거머쥐었다. 2015년부터 LPGA 투어에서 뛴 김세영의 첫 메이저대회 우승이다.

김세영은 지난해 11월 CME 그룹 투어 챔피언십 이후 11개월 만에 LPGA 투어 대회 승수를 추가, 통산 11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그의 4라운드 성적인 63타는 이 대회 18홀 최소타 타이기록이며, 최종 합계 266타는 1992년의 벳시 킹(267타)보다 한 타 적은 대회 72홀 최소타 기록이다.

이번 김세영의 우승으로 한국 선수들은 올해 LPGA 투어에서 13개 대회 중 4승을 합작했고, 이 중 지난달 ANA 인스피레이션의 이미림(30)에 이어 메이저대회 2연승을 수확했다.

7언더파 단독 선두로 최종 라운드를 시작한 김세영의 경쟁 상대는 앞 조에서 경기한 ‘메이저 7승’ 보유자 박인비였다. 세 타 차 4위로 출발한 박인비가 첫 홀(파4)부터 버디로 추격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두 선수의 ‘장군멍군’ 양상이 펼쳐졌다.

박인비는 17번 홀(파3)에서 장거리 퍼트를 집어넣으며 막판까지 힘을 냈지만, 김세영의 16~17번 홀 연속 버디가 결정타가 됐다.

이 대회 기록까지 합산한 결과 박인비가 시즌 상금 106만 6520달러(약 12억 3000만 원)로 1위로 올라섰고, 김세영이 90만 8219달러로 2위에 올랐다.

올해의 선수상 포인트에서도 박인비가 1위(90점), 김세영이 2위(76점)가 됐다. 평균 타수에서는 이미림이 66.867타로 1위, 김세영이 68.391타로 2위를 달렸다.

2014년 LPGA 투어 무대에 뛰어든 김세영은 2015년 LPGA 투어에서 3승을 챙기며 신인상을 거머쥐더니 이듬해 2승, 2017년과 2018년에는 1승씩 따냈고, 지난해에도 3승을 수확해 매년 우승 소식을 알렸다.

2018년 7월 마라톤 클래식에선 최종 합계 31언더파 257타로 우승, LPGA 투어 사상 72홀 역대 최저타와 최다 언더파 신기록을 세워 굵직한 족적도 남겼다.

국내에서 뛸 때부터 유독 역전 우승이 많아 '역전의 여왕'이라는 별명을 얻었고, 그때마다 빨간색 바지를 입곤 해 '빨간 바지의 마법' 같은 수식어도 따라다닌다.

이처럼 김세영은 남부럽지 않은 커리어를 만들어왔다. 하지만, ‘메이저 대회 우승’만큼은 숙제로 남아있었다. 이 대회 전까지 그는 LPGA 투어 현역 선수 중 메이저 우승 없이 가장 많은 승수를 기록한 선수였다.

2014년 ANA 인스피레이션을 시작으로 28차례 메이저 대회에 출전, 준우승 2번을 비롯해 8차례 톱10에 들었으나 정상 등극의 고비를 넘지 못하다가 29번째 도전에 고대하던 메이저 왕관을 썼다.

특유의 짜릿한 역전 드라마는 아니었지만, 여느 때처럼 빨간 바지를 입은 그는 최종 라운드 버디 7개를 몰아쳐 ‘골프 여제’ 박인비의 추격을 허용하지 않는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박진국 기자 gook7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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